2002 한·일 월드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아시아 국가로선 사상 처음으로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 4강에 오르는 쾌거를 거두며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월드컵 기간 전국민은 축구를 매개로 하나가 됐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복잡한 축구 룰도 중요치 않았다. 그저 축구에 매료돼 태극전사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대~한민국'을 외쳤을 뿐이다. '4강 신화'의 발판이 된 '16강의 꿈'을 이룬 인천은 이런 의미에서 '축구 성지'로 거듭 태어났다.
전국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축구 열기를 어떻게 하면 지속해 나갈 수 있을까.

인천의 중·고등학교 축구 수준은 전국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부평동중, 만수중, 제물포중, 강화중 등 4개 중학교 팀 중 최소 3개 팀은 늘 전국대회의 우승 0순위로 꼽힌다. 부평고, 운봉공고, 강화고 등 3개의 고교 팀 중 2개 팀도 마찬가지다. 10개의 초등학교 팀도 타 지역 팀에 비해 높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훌륭한 자양분을 흡수할 프로팀이 없다는 데 있다. 유·소년 축구에서 실업·프로로 이어지는 연계성이 크게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전국 최고 실력의 청소년 축구가 지역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제 대접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천을 연고로 하는 프로팀을 창단한 뒤 각 군·구에 최소한 1~2개의 유소년 및 동호회를 아우르는 축구클럽이 운영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각 클럽별 리그전이 개최될 경우 전반적인 축구 수준도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초·중·고·실업·프로와의 자연스런 연계가 가능하고 축구 저변이 두터워지는 것은 자명하다. 각 클럽별 시민서포터스의 자발적 구성도 빼놓을 수 없다. 시민서포터스 구성엔 신용카드사 등 기업체와 연계해 회원들에게 일정한 혜택을 주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축구와 기업과의 연계는 서포터스 회원을 늘리고 스포츠의 산업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한다.

산업과 연계된 스포츠 매니지먼트 사업의 활성화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운동을 계속할 수 없는 꿈나무 육성과 열악한 학교 체육시설의 확충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민서포터스의 구성과 연고 프로팀의 유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정주의식 고취다. 낮은 정주의식으론 연고팀 응원 열기를 높일 수 없다.

기존에 인천을 연고로 했던 각 프로구단들은 시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당해 타 지역으로 연고지를 옮겨야 했다. 프로구단만 탓할 수는 없다. 시민들이 그들을 내쫓은 것이다.

인천시축구협회 최길남 전무는 “축구 붐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 것은 축구계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축구 발전이 곧 전 스포츠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 분명한 만큼 시민 모두가 나서 축구 활성화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