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7시께 경인고속도로 도화IC 출구 램프. 서울방면에서 인천으로 빠져나가려는 차량들이 300m가량 늘어서 있었다. 같은 시각 2차선을 달리던 승용차 한 대가 갑자기 차량들 사이로 끼어들자 경적이 요란하게 울렸다. 상향등을 깜박거리면서 '위협'하는 화물차와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비상등을 켜고 끼어들려는 차량들이 뒤엉켜 체증이 더했다.

이처럼 상습정체구간인 경인고속도로 서인천IC와 도화IC,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IC 출구 램프에서는 끼어들기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서구 가정동 지하차도, 남구 대우아파트 앞 지하차도 등에서도 운전자들 사이에서 끼어들기로 인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곳 도로에서는 차선을 무시하고 마구 끼어드는 차량 때문에 운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조금이라도 먼저 빠져 나가려는 '얌체족'에 대해 경찰이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그때 뿐이라는 게 운전자들의 얘기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끼어들기 금지' 준수율은 일본에 비해 상당히 낮다.
일본은 인구 10명 중 0.6명이 위반하는 반면, 우리는 1.8명으로 3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돼 운전자의 안전의식이 얼마나 낮은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욱이 인천의 경우 끼어들기 금지 위반은 차량 100대당 45대에 달한다.
전국 평균의 2배가 넘는 수준. 최근 대한손해보험협회가 월드컵 개최 10개 도시를 상대로 끼어들기 금지 준수율을 조사한 결과 인천은 54.1%로 나타나 전국 평균 84.5%보다 30.4%나 낮은 것으로 집계돼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제주도 서귀포는 98.2%, 대전 94.3%, 울산·대구 92.1%, 수원 90% 등으로 매우 높았다.

차종별 준수율은 버스가 44.8%로 가장 낮았고, 다음으로 화물차 81.1%, 승용·승합차는 87.6%, 택시 87.8%였다. 반면 일본의 경우 버스 100%, 화물차 95.2% 등 영업용 차량의 준수율이 높아 성숙된 질서의식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끼어들기는 운전자들의 그릇된 운전습관에서 비롯한다”며 “난폭하게 차를 몰거나 나만 편하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 등이 교통혼잡은 물론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차량이 끼어들면 기존 차선에서 달리던 운전자들이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앞차와의 차간거리를 좁혀 이를 막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끼어들려는 운전자들이 1~2초 사이에 순간적으로 차선을 바꾸면서 사각지대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 바람에 방어운전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인천지부 박상호 교수는 “기다리기 싫어하는 운전자들이 조급한 마음에 법규를 무시하고 차선을 변경, 끼어들기를 함으로써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며 “끼어들기는 다른 차선이 더 빠를 것이라는 운전자의 욕심 때문에 일어나지만 실제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