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일본을 방문한 인천 영일 외국어 고등학교 학생들이 14일 교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일본문화체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양국의 문화를 서로 존중하고 가식없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친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지난 89년 자매결연후 매년 광복절을 전후해 학생과 교사로 구성한 교환 방문단을 파견, 한·일 양국의 문화를 체험하도록 하는 학교가 있어 관심을 끈다.

인천 영일외국어고등학교(교장·이영자)와 일본의 오카야마 학예관고등학교(교장·모리 야스키)가 교환방문을 실시한 것은 올해로 14번째. 인구 70만여명으로 작은 전원도시라 할 수 있는 오카야마현은 한국의 도예공들이 건너가 도자기술을 전파한 것은 물론 조선통신사가 다녀간 기념관이 설치된 곳으로 우리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올해는 지난 1일 영일외고가 먼저 일본을 찾았다. 국제부장 박준효(38)씨 등 교사 3명이 일본어과 1학년 조하나(16)양 등 학생 11명을 이끌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본을 그저 '가깝고도 먼 나라' 쯤으로 인식했던 학생들은 첫 해외여행이라는 설렘도 잠시 현해탄을 건너며 일본에서 7일동안 무엇을 배우고 돌아가야 할지 막연한 중압감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 학생들은 방문기간 내내 학예관고교 친구들의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일본식 된장국과 짱아찌격인 '미소시루'와 '우메보시'를 맛보며 한국 음식과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또 어설프지만 일본어로 대화하며 그들이 지닌 사고방식은 어떤 것인지, 스스로 체험해 보라는 배려였다.

그러나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일본인과 실제 학생들이 1주일간 같이 자고 먹으며 살을 부대꼈던 일본인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방문 첫날 일본의 문화에 낯설어 할 학생들을 위해 그들은 먼저 한국을 소개한 각종 서적과 팸플릿 등을 펼쳐 들고 관심을 나타냈다. 맛깔스럽고 정갈한 우리 음식과 반만년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문화를 얘기했다.

말문이 트이자 이번엔 학생들이 일본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오카야먀 최대 전통행사인 '하나비(花火)' 축제에 참가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놀이를 보며 그들의 문화를 체험했다.

광복절 이튿날인 16일엔 학예관고등학교 1학년 게이코(16)양 등 학생 6명과 일본인 교사들이 인천을 찾는다. 이번엔 일본 학생들이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돌아가기 위해서다.

일본 학생들이 방문할 때마다 사물놀이 공연, 가야금 연주, 태권도 실습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를 소개하고 직접 경험할 기회를 줬던 영일외고는 이번엔 '김치담그기'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음식, 김치를 담그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직접 맛보게 한다는 것. 물론 한국 근·현대사의 궤적이 스며 있는 인천의 문화재와 역사유적을 함께 둘러보며 인천에 대한 자랑도 늘어 놓을 생각이다.

지난 7일 일본에서 돌아 온 조양은 요즘 축구광인 일본인 친구 게이코를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자신의 집에서 묵게 될 게이코와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뛰는 K리그 경기를 보며 한마음으로 응원할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양교 축구 동아리가 인천에서 우정의 한판 승부를 펼치기로 했다”고 귀띔하며 환하게 웃는 조양의 얼굴을 보며 최근 빚어지고 있는 한·일 양국의 외교마찰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