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소래포구에 수산물을 사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남동구 논현동 논현 3거리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이모(5)군을 치어 숨지게 한 김모(36·여)씨.

김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4개월 후 풀려났지만 그녀의 가정은 풍비박산났다. 숨진 이군의 부모와 합의를 하기 위해 남편(40)의 월급을 10년 이상 저축해 마련한 아파트를 처분한 것은 그렇다 치고, 합의과정에서 남편이 우울증을 앓게 됐으며 아이들은 돌볼 사람이 없어 친척집을 전전해야 했다.

수형생활 기간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김씨는 “당시 좀 더 서행하고 좌우를 살폈다면 사망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지만 괴로움만 더할 뿐이다.

교통문화의 후진성을 가늠케 하는 지표 중 하나는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이다.

우리나라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매년 준다고 하지만, 해마다 400여명의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숨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어린이(중학생 이하) 교통사고는 모두 2만4천118건에 이르고 있다. 이중 439명의 어린이가 숨졌는데 90%가 넘는 399명이 취학전 아동과 초등학생이었다. 특히 인천지역에선 1천396건이 발생해 23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

전체적으론 전년보다 15.2% 줄어든 수치라고는 하나 학교앞과 주택가, 도로 및 아파트 단지 등을 걷거나 뛰다가 숨진 어린이가 307명에 달해 보행중 사망률이 전체의 69.9%를 차지했다. 결국 지각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무심코 길을 건너다 운전자의 부주의로 봉변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손해보험협회가 지난 5월 발표한 통계자료를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 1~14세 어린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5.6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26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무려 47.5%에 달해 어린이 교통사고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운전자의 부주의 외에 초등학교 주변 교통안전시설 부족과 소홀한 관리도 큰 문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최근 서울, 인천 등 전국 5대 도시에 있는 초등학교 주변 시설물의 안전도를 조사한 결과 학교주변 통학로 가운데 가드레일을 설치하지 않은 곳이 63.3%(19곳)에 달했으며 13곳(43.3%)에는 반사경, 미끄럼 방지턱 등 교통안전시설물이 하나도 없었다.

학교앞 어린이 안전구역인 '스쿨존'도 안전하지 않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실시한 전국 3천125개 초등학교, 유치원 통학로 위험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42.5%가 '매우 위험' 또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학로에 차도만 있고 인도가 없는 곳이 학교 10곳 중 4곳이었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부재가 어린이 보행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교통안전시설 확보와 함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통안전교육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