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한 소규모 공장들이 모여 있는 서구 원창·연희동 일대 도금 공장들은 저임금으로 파고드는 동남아 국가 근로자들에게 일감을 빼앗기면서 작업환경 개선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불법 도장을 일삼으며 대기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도금 특성상 작업과정에서 유독 가스가 배출, 강제 배출장치가 필요하지만 워낙 영세해 시설개선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태
“도장작업 중에 기름이 타면서 연기가 나고 쇳가루가 날려 숨쉬기도 곤란합니다. 회사에서 배기장치만 달아줘도 일할만할텐데….” “요즘 근로자들은 돈보다 작업환경을 중시하기 때문에 환경만 개선되면 인력난을 덜 수 있는 것은 물론 불법 작업도 줄어들 겁니다.”
대표적인 3D업종으로 꼽히는 도금업계. 서부지방산업단지(서구 경서동)에서 조업중인 도금업체 근로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을 이렇게 전했다. 이런 작업 환경은 불법 조업으로 이어져 결국 대기오염을 부추긴다.
영세업체인 서구 연희동 S공업사의 경우 지난달 9일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신고없이 10마력짜리 도장시설 1대를 설치해 놓고 한달 평균 30여대의 덤프트럭 세륜기를 제작, 수리한 뒤 도장작업을 벌이는 등 300여대의 세륜기를 불법 도장해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부경찰서는 지난 한달간 이 일대를 비롯해 서구에서 불법 도장업자 등 환경사범 350명을 적발, 4명을 구속하는 등 환경오염 업체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였다. 그러나 영세 업체여서 단속에 적발된다 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경우 또다시 불법 조업을 벌여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16년 경력의 도금 근로자 이모(46)씨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그것도 언제 도산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4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에 이르는 배출시설은 설치할 엄두도 못낸다”며 “이런 현실에서 단속에만 의존해 불법 영업을 줄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책
도금업체는 대부분 근로자 수 30인 미만으로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환경취약 업종이라는 게 서부지방산업단지 관리공단의 설명이다. 또 작업과정에서 산, 알칼리, 중금속 등 각종 유해화학물질을 배출해 대기오염은 물론 각종 질병 발생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배출시설 등을 갖추지 않으면 특정 화학물질에 의한 대기 오염으로 호흡곤란, 피부질환, 두통 등의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공단 관계자는 지적했다. 특히 도금공장 건조작업의 경우 공기압축기를 사용함으로써 작업환경은 중금속 연무 및 고소음에 무방비 상태며 영세업체들은 배기성능이 떨어진 극소배기장치와 후드형태 등의 불량으로 인해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유해화학물질이 배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선 순환 건조시설의 작업방법 개선으로 쾌적한 작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작업 관련성 질병 예방과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 도금작업을 완전 자동화 공정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 리포트] 원창·연희동일대 도금업체 대기오염 심각
입력 2002-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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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2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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