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바위'라는 지명(地名)을 모르는 인천사람은 없다. 석바위는 옛 법원·검찰청사 주변을 비롯 주안역 일대를 일컫는다.

석바위는 인천의 교통과 금융의 중심지이며, 지난 71년 법원·검찰청사가 이곳에 자리잡으면서 인천지역 상권을 주도했던 곳이다.

80년대 후반에는 석바위에서 장사를 시작하면 엄청난 돈을 벌어 나간다고 해 '금바위'라고 불렀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2~3년사이 석바위 상권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법원·검찰청사의 학익동 이전으로 석바위 상권이 약화되면서 인근 주안 상권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석바위 상인들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낡은 시설과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 등 상인들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법원·검찰청사가 떠난 석바위 카페골목 상인들도 지속되는 불경기에 맥을 못추고 있다. 반면 주안역 상권은 석바위와 달리 90년대 후반 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 30대를 한마디로 압축한 '2030거리'는 이미 신세대 젊은이들의 해방구가 되어 버렸다.

#한때 '금바위'로 불렸던 '석바위' 상권

석바위 일대는 우리 나라 최초로 천일제염이 시도됐던 곳이다.

1907년에 조정에서 천일제염을 계획했는데, 주안에 1정보(약 1만㎡)가량의 천일 시험 염전을 만들어 성공을 거두자, 1912년까지 주안에 88정보의 염전을 조성하는 등 1933년까지 총 1천115정보의 염전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남동, 군자에 이어 주안 염전은 3대 염전으로 급부상했고, 1960년대까지 국내수요를 충당하고도 남아 일본까지 수출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소금 전매사업 금지와 민영화 결정으로 공급과잉을 불러왔고, 값이 떨어지면서 주안 염전은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염전 터는 경인고속도로가 관통했고, 지금은 그 자리가 수출산업공단으로 변모했다. 석바위는 경인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교통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이후 교통의 중심지인 석바위에 71년 법원·검찰청사가 자리잡고, 73년에는 7~8명의 상인들이 20개 점포를 건축하여 석바위 시장을 조성했다.

주안 주공(3천여세대) 아파트가 들어서고 석바위 카페골목 등 주변상권이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 삼성생명, 삼성화재, LG화재, 신동아 화재, 동부화재, 제일생명, 교보생명, 삼성증권, 현대증권, 메리츠증권, 세종증권, 동원증권, 대우증권, 한국투자신탁, 대한투자신탁, 제일투자신탁, 한미은행, 신한은행, 조흥은행, 한빛은행, 하나은행 등 금융중심지로 떠올랐다.

석바위는 이처럼 교통, 금융, 법조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40여년간 인천의 상권을 주도했었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석바위 상권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원·검찰청사 이전으로 인한 주변 상권의 침체는 불을 보듯 뻔했고, 주변의 대형마트 등의 등장은 석바위 시장을 위협하기 충분했다.

#인천 신세대들의 해방구 주안 상권

석바위 시장의 침체는 주안역 상권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90년대 후반 호황을 누리던 주안역 일대 상권도 IMF이후 매출액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주안 상권의 '2030거리'는 먹거리(먹자골목), 볼거리(로데오거리)와 게임방, 나이트클럽까지 모든 것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축을 연결하고 있다는 게 특징. 또 액세서리, 인형, 꽃집, 영상·음반물 등 값싼 물건을 파는 노점상까지 10대들의 구매욕구를 충족시키는 한편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번영회 한 관계자는 “주안 2030거리에는 깨끗한 미관을 위해 입간판을 설치하지 않고 있으며, 상인들끼리 자율방범 활동을 벌여 청소년들의 싸움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있다”며 “상가 운영에 관한 개정법규는 자료로 만들어 상인들에게 배포하는 등 상권 활성화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구에서도 지난 2001년 7월1일부터 2030거리에 차량 일방통행을 실시, 거리에서 마음놓고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전 업소의 신분증 확인으로 유흥업소에선 미성년자를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앞으로 주안 상권은 더욱 활성화 될 전망이다.

2030거리 아래쪽 고려웨딩타운 터 540여평에 CGV 6개 영화관이 상반기중 문을 연다. 바로 옆 보성관광호텔 자리에는 2천여개 점포를 갖춘 10대 전문 쇼핑몰이 곧 입주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주안 상권은 인천의 명동으로 탈바꿈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