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영상·IT산업이 출범 초기부터 '검은 커넥션'으로 얼룩졌다. 인천정보산업진흥원 고위 간부의 거액 리베이트 수수사건으로 인해 송도신도시 등 IT관련 첨단 국제도시를 꿈꾸던 인천의 얼굴에 먹칠을 한 꼴이 됐다.

거액의 리베이트 수수 비리사실이 드러난 (재)인천정보산업진흥원은 정보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인천시와 정보통신부가 공동 지원으로 지난해 7월 설립된 공익 재단이다. 인천시민 '혈세' 70억여원이 투입됐고, 나머지는 정보통신부가 45억원을 지원해 자본금이 115억원에, 연간 사업예산만도 30억원에 달한다. 이런 방대한 조직이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데엔 이유가 있었다.

인천시는 지난해 진흥원을 출범시키면서 직원 10여명을 공개 모집했다. 일부는 공개모집했지만, 일부는 원장이 평소 알고 지내던 검증 안된 인물들이 진흥원에 들어오면서 비리의 커넥션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중 함모씨는 평소 원장과 친분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진흥원 부장으로 전격 스카우트 됐고, 게임영상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전혀 없는데도 수억원대 종합영상편집장비(AVID DS) 납품과정을 심사하는 입찰심사위원으로까지 참여하게 된다.

함씨가 진흥원에서 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잘나가는 부장으로 알려지자 N정보통신 대표 김씨의 로비 대상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후 김씨는 함씨에게 접근해 자신들의 장비가 납품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1천만원을 받고 1천만원 상당의 고가 컴퓨터도 지원받게 된다.

김씨는 함씨 로비에 성공하자 납품입찰제안서를 심사하는 입찰심사위원 2명(대학교수)에게 향응 접대 등을 통해 포섭하고 이들에게 기술분야 최고점수를 받아 자신들이 국내에서 독점판매하고 있는 종합영상편집장비(AVID DS)를 진흥원에 납품하는데 성공한다. 물론 사전에 김씨에게 로비를 받은 함씨 또한 최고점수를 N정보통신에 주면서 7명으로 구성된 입찰심사위원회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같은 비리를 키운 것은 인천시였다. 방대한 조직을 출범시키면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시는 그동안 원장 등이 허위사업지출결의서를 작성해 진흥원 예산 수천만원을 횡령했다는 일부 내부자의 제보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미뤄오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인천시의 관리·감독 소홀 ●투명하지 못한 직원 채용 방식 ●그리고 21세기 대한민국의 첨단산업을 주도해야 할 벤처기업들이 '로비를 해서라도 공사만 따내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이윤추구 사고가 불러온 '합작품'인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고건호 인천지검 특수부장은 “국내의 게임영상 및 IT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각종 연구소와 공공기관 등에서 발주한 영상시설공사와 장비납품계약 체결과정에서 전문업체들이 입찰브로커들을 동원, 발주처 임직원들에게 거액의 리베이트나 향응을 제공하는 불법적인 로비가 전국적으로 성행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상·IT산업을 선도해야 할 인천에선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관행이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