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부'를 구하는 승합차와 트럭 전조등이 어둠을 쫓으며 인력시장의 하루를 연다. 8일 오전 4시50분. 인천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는 동구 송림동 송림로터리 인력시장. 새벽 어둠이 가시지 않은 거리에 낡은 가방을 둘러맨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올 여름 잦은 비로 일감을 제대로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날처럼 맑은 하늘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추석도 얼마 안남았는데 이 달엔 비가 자주 내려 공친 날이 많아….”
채모(55)씨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일주일에 3일 일하면 많이 하는 거여.” 80여명의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인력시장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 중 20~30명은 일감을 구하지 못할 거라고 채씨는 전했다.
승합차에 5명의 사람을 태운 30대 남자가 전해준 말도 아침 6시30분까지 일감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대마났다(자리가 없어 일을 공친다)”였다.
송림동 인력시장엔 하루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60~100명이 매일 모인다. 40~50대 남성이 대부분이다. 한차례 구인차량 행렬이 훑고 지나간 송림로터리 현대극장 앞. 남은 사람들이 다시 모여 든다.
용접 경력 5년이라는 김모(49)씨는 갈수록 인력시장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로 일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지만 땀흘리고 일한 건물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과 공항배후단지, 송도 신도시 등 인천의 대표적 건축물과 도심지 개발은 이들의 소중한 땀방울이 모여 이뤄진 것이다.
IMF체제 직후 얼어붙은 건설경기에 하루 품 파는 게 전쟁이던 새벽 인력시장, 일당은 묻지도 않고 그저 팔려나갈 수 있기만 초조하게 기다렸던 광경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오전 6시30분. 어느새 모여있던 일명 '오야지'(중년의 샐러리맨을 뜻하는 일본어로 전후 일본경제를 일으켜 세운 주역이란 존경성을 담고 있다)와 승합차들은 거의 사라졌다.
건설 재하청업자로 인력시장 등을 통해 필요 인력을 충원, 현장에 공급하는 '오야지' 김모(42)씨는 “지난해 이맘때 4만~5만원에 불과하던 건설현장 일반 잡부 임금이 최근에는 6만5천원으로 올랐다”며 “미장이나 벽돌공 등 기능공의 경우는 몸값이 더욱 비싸 8만원 하던 일당이 15만원 이상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역동의 현장-인천24시] 노동, 희망의 삶을 찾아…
입력 2003-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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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1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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