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2시께 인천지법 1304호실. 영장기록을 살피던 영장단독 이재희 판사는 책상 앞 시계를 본 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질심사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판사는 곧 208호 법정에서 있을 피의자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승강기에 몸을 실었다.
 
같은 시간대 법원 2층에 마련된 변호사(213호)실에는 드나드는 변호사들이 부쩍 늘었다. 변호사실 앞에는 피의자 가족들이 합의서를 변호사에게 건네며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띈다.
 
변호사실 한쪽에선 “오늘 첫 실질심사 변호사가 누구야? 다음은 집단폭력사건이야. 준비해…”라는 소리가 들리고, 법정에선 이 판사의 심문이 시작되고 있다. 직구속(검찰이 인지해 영장을 청구) 사건의 경우 담당 검사가 실질심사에 나와 판사에게 직접 범죄사실을 확인해 주기도 한다.
 
그렇게 '진실게임'이 시작될 무렵 208호 법정주변에는 10여명의 피의자 가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태우고 있다.
 
이들 중 박모(66)씨는 잔디밭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군 채 한숨만 내쉬고 있다. 운전을 하던 아들(39)이 길가던 40대 여자의 핸드백을 날치기하다 경찰에 잡혀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구속되면 아이들은 어떡하면 좋으냐”며 울먹였다. 동행한 경찰관들도 딱한 사정에 고개를 저었다.
 
바로 옆 공중전화 박스에선 20대 여자가 전화도중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참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지방출장을 간다던 남편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실질심사를 받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14명중 3건은 기각되고 나머지는 발부됐다.
 
법조의 하루는 오후 2시부터 영장을 발부하는 퇴근 무렵까지 긴박하게 움직인다. 특히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는 시간은 영장을 청구한 검찰과 구속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변호인, 사건의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 심리하는 판사 모두 긴장한다. 법조인들은 이를 두고 '생(불구속)과 사(구속)'의 갈림길이 정해지는 '마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이 판사는 “실질심사를 하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왜곡되지는 않았는지 고민을 한다”며 “특히 정확한 물증이 없거나,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부인은 신체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병원기자·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