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9일 오후 6시 동구 화수동 '한국사랑밭회 무료급식소' 앞. 60여명의 노인과 실직자들이 줄을 서서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주방 한 편에는 설거지 거리가 수북히 쌓여 있었지만 귀찮아 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 곳을 찾는 이들은 하루 평균 150명. 인근 무료급식소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저녁을 먹으려고 찾는 사람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사랑밭회 인광심(36·여) 실장은 “형편이 어려운 동네 어른들에게 식사 한끼 대접하는 일”이라며 “더 많은 분들에게 맛있고 영양가 높은 식사를 대접하지 못해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장애인 차량편의를 제공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인 '나눔회'(남구 도화동 동아상가 102호) 사무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일 오후 5시에 선교원에 공부하러 간다”는 뇌성마비장애인 정모(21)씨의 전화다. 오현철(36) 사무국장은 “정씨가 매주 화요일마다 주안역 인근 '밀알선교원'에서 고교 검정고시 강의를 받아 차량을 지원해 주고 있다”며 “다른 장애인들도 하루 전에 예약하면 인근 자원봉사자들에게 연락해 교통편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나눔회에는 차량을 소유한 18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나눔회는 차량지원과 함께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학익동에서 인근 독거노인들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한다.
 
남구 용현동에 사는 최모(53·여)씨는 오후 7시쯤 저녁을 마치고 인근 A병원 입원실을 찾는다. 형편이 어려워 간병인을 두지 못하는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서다. 최씨는 “자식들도 다 커서 살림을 차려 나간 후 보람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며 “앞으로 얼마나 이 일을 할지 몰라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는 것도 부끄럽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관계자들은 “인천시가 적극적으로 자원봉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다른 시·도에 비하면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중구 북성동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중구적십자 홍희자(56) 회장은 “일반 시민들도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도움을 주는 분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도 주위에서 무료급식소를 기피시설로 생각하고 꺼리는 주민들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아쉬워 했다.
 
인천자원봉사센터 강진석(46) 사무국장은 “인천 시민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예산이나 인력 확보면에서도 뒤늦게 출발한 서울이나 부산, 대구 등 타 시·도에 비해 부족하다”고 밝혔다. /서진호기자·prov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