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인 지난 3일 오후 9시 인천시 남구 숭의1동 180의6 인천시체육회관 303호. 제84회 전국체육대회를 1주일 남겨둔 인천복싱연맹 선수들이 시간도 잊은 채 마무리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훈련장 안은 온통 '퍽! 퍽!' 소리였다.

링에서 스파링하는 선수들의 주먹질과 발놀림, 그리고 거친 호흡 소리. 헤드기어를 한 선수들의 눈매가 매섭다. 땀은 비오듯 했다. 출전을 앞두고 갖는 마지막 스파링이라 그런지 실전을 방불케 했다.
 

그 중 일반부 선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딘 지 모르게 복싱 선수 같지는 않았지만 어엿한 인천 대표 선수들. 전문 복서는 아니라고 했다. 식당을 하는 사람도 있고, 택시 운전기사도 있다. 늘 링을 떠나지 않는 심판 2명은 그나마 나았다.
 
평소 다른 일을 하다가 전국체전에 맞춰 인천대표로 뛰기 위해 이렇게 땀을 흘리는 경우는 타 시·도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생업'을 뒤로 하고 이들은 단지 인천을 위해 때리고, 인천을 위해 맞는 것이다.
 
이들이 인천대표 선수를 자청한 것은 인천 복싱계가 변한 지난 해부터다. 비인기 종목인 복싱은 지역 체육계에서도 누구 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성적도 좋지 않았다. 1981년 연맹 창립 이래 복싱은 늘 전국체전에서 종합득점 200~300점에 불과한 최하위권. 하지만 지난 해 제83회 전국체전에선 1천18점을 땄다. 일반부 '외인구단'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엄청난 성장이었다.
 
지난 해 2월부터 인천복싱연맹 새 집행부가 들어선 다음부터 인천복싱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임원들과 선수들이 혼연일체를 이뤄 훈련에 임했기 때문이다. 임원들은 선수들을 자식처럼 대하고, 선수들은 그들을 부모처럼 따르니 자연히 훌륭한 팀워크가 나올 수밖에 없다.
 
46개 가맹경기단체 중 복싱연맹처럼 임원진이 후원금을 거둬 단체의 운영비로 쓰는 데는 많지 않다. 특히 인천복싱연맹은 '결손가정' 등 어려운 처지의 선수들에게 후견인을 맺어 주고 있다. 자칫 딴 길로 빠질 우려를 덜기 위해서다.
 
김원찬 인천복싱연맹 전무이사는 “황규철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회식 자리에서 선수들을 위해 고기를 손수 썰어주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임원들의 자상함이 선수들을 변화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40여 분 뒤 땀으로 흠뻑 젖은 선수들은 늦은 시간 훈련장을 찾은 황규철(52) 회장과 함께 고기를 먹는다며 체육회관을 나섰다. /정진오기자·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