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출동, 화재출동 남촌동 창고….” 지난 5일 새벽 인천시소방본부 상황실. 남동구 남촌동 농가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소방대원들에게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대원들은 침착하지만 재빠른 동작으로 사무실을 빠져나가 차량에 올라탔다. 경광등을 요란하게 울리며 달리는 차 안에서 대원들은 묵묵히 방화복을 입고, 산소마스크 등의 장비를 챙겼다.

10여분 후 신고된 지점에 도착하자 이미 출동한 소방서 구조대원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진화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창고내부 100여평을 태우고 1천600만원의 재산피해를 냈지만 신속한 진화작업으로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처럼 화재사고나 각종 재난, 구급상황에서 인천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있는 소방공무원 수는 모두 1천263명. 일부 구급대가 3교대하는 것을 제외하면 모두 24시간 맞교대로 격일제 근무를 한다. 공휴일과 일요일도 따로 없다. 오늘 근무하면 내일 쉬고, 다음날 또 근무하는 식이다. 여기에 비번날 비상이 걸리면 출근해야 하는 날도 적지 않다.
 
“가정마다 소화기를 하나씩 두면 화재시 초기 진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출동도 줄일 수 있을텐데 시민들은 아직 이런 기본수칙을 잘 지키지 않습니다. 인력 부족으로 업무량은 더욱 늘고,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대원들은 새벽 출동 횟수가 늘어 잠은 더욱 부족하지만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직업의식과 자부심을 갖고 근무한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동료대원이 구조 현장에서 숨지거나 크게 다치면 아물기 힘든 상처로 남는다. 사람을 구하러 불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무너지는 건물더미에서 숨져간 동료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고 나도 저렇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전직(轉職)을 고려하기도 한다.
 
24시간 맞교대에다 현장에서 화상을 입더라도 보험 혜택마저 수월치 않은 열악한 근무·복지 환경이지만 소방 대원들은 스스로 고통과 후유증을 극복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소방의 현주소다. 최소한 노동법에 규정된 수당도 받지 못하고, 비번 근무는 다반사로 하면서 부상당하면 자신의 돈으로 치료해야 하는 소방관.
 
소방본부 김재용 상황실 주임은 “대형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좀 더 잘 대처했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했을텐데 하는 자책감과 심리적 압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소방 공무원들이 이 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꺼져가는 생명을 구한 뒤 느끼는 보람과 뿌듯함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