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북시장 상인들은 인근에 들어선 국내 굴지의 H할인 매장과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코 앞에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선 이후 손님의 발길이 줄긴 했지만 질 좋은 값싼 상품을 대량 구비해 서민들에게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인천시 서구 석남2동 거북시장 상인들은 요즘 서민들이 즐겨 찾는 '우리 시장'을 만들기 위해 바쁘다. 시장에서 불과 1.2㎞ 지점에 국내 굴지의 H할인매장이 들어선 후 빼앗긴 고객을 되찾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한 복판에는 거북시장번영회(회장·한재선)가 있다. 이 번영회는 우선 시장내 무질서하게 몰려있는 70~80개 노정상 정비와 함께 주차장 확보, 시장 홍보 아치판 설치 등을 서두르고 있다. 또 160여개 업소의 상인들은 시장 주변에 밀집한 서민들을 붙잡기 위해 질좋은 저가 물품 확보에 나섰다.

여성 의류 판매점인 '체인스 컬트' 점을 운영하는 김춘기(52) 감사는 “대형 할인 매장이 속속 들어서면서 거북시장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각 점포들이 가격 파괴와 바겐세일 등 다양한 판매 전략을 구사하면서 상권이 점점 회복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북 시장은 인근에 대형 할인 매장이 들어선 직후 한 때 손님의 발길이 40~50%까지 줄었으나 최근에는 인근 빌라 등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주민들이 하나 둘씩 돌아 오는 것으로 시장 번영회측은 보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거북시장에서 만난 가정 주부 서영주(39)씨는 “농수산물과 의류 등 일부 품목은 대형 할인점 못지 않게 값이 싸고 품질도 좋다”며 “쉽게 갈 수 있는 거북시장을 즐겨 찾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 권오웅(36)씨는 “대형 할인매장의 값싼 미끼 상품과는 대적할 수 없지만 일반 상품과는 충분히 겨뤄 볼 수 있다”며 “고객 관리를 하다 보면 인근 주민들은 물론 3~4㎞ 떨어진 아파트 주민들도 자주 찾는 등 손님들의 발길이 늘고 있어 반갑다”고 강조했다. 상인들은 다른 재래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주차문제도 시장내 100대 규모의 유료 주차장을 무료로 할 경우 고객 유치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지방중소기업청 산하 인천소상인지원센터측은 거북시장은 소매업종 중 보건이나 의류 등 일부 업종 등은 다른 시장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거북시장이 석남2동 567 일원에 본격적으로 조성된 것은 지난 80년대 중반. 거북시장의 중심 상권은 시장 사거리를 중심으로 한 동북 쪽 400~500m다. 도로 폭 10m 사이에 160여개 점포와 70~80개 노점상이 영업중이고, 북쪽으론 신현동 방향으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동쪽으론 석남3동, 남쪽으론 가좌동, 서쪽으론 목재 단지와 붙어 있다. 소위 핵심 상권에는 의료, 소매업과 야채상, 한식, 갈빗집, 횟집, 중식, 해장국, 칼국수, 순대 등 음식점이 골고루 위치해 있어 재래시장의 전형을 보여주듯 다양하다.

거북시장에서 눈에 띄는 업종은 보건 관련이다. 20여곳 중 약국 4곳, 한의원 3곳, 산부인과 3곳, 내과, 외과, 치과 등이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시장 한복판에는 수산물 가게와 가정용품 수리업종이 몰려 있기도 하다.

이 지역 출신 오진환(49) 서구의원은 “거북시장은 서구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의 하나로 값싼 제품을 저가로 판매해 서민들에게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며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집행부(서구)에 다양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청도 미등록시장인 거북시장에 홍보판을 설치하고 노점상 정비를 추진하는 등 번영회의 시장 활성화 노력을 적극 협조해 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