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쌓였던 시름과 걱정을 씨름판에 묻었다.”

2003년 천하장사씨름대회 마지막 날인 14일 시립인천실내체육관은 휴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찾은 관중들로 대성황을 이뤘다. 이날 도원실내체육관은 경기 두시간전부터 관중들이 몰려들어 입구 계단까지 가득 메우는 등 천하장사 결정전의 인기가 최절정을 이뤘다.

관중들은 이날 3시간여 동안 치러진 천하장사 결정전에 몰입, 손에 땀을 쥔 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발 디딜틈 없이 밀려든 6천여 관중들은 8명의 장사들이 땀이 범벅이 될 정도로 경기에 몰두하자 격려와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경기장면을 지켜 본 시민들은 어려운 살림살이도, 정치판의 해묵은 싸움도, 이웃간의 갈등도 모두 잊었다. 관람객들은 어느새 하나가 됐다. 선수들이 힘들어 할때 함께 격려의 소리를 외쳤고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두 아들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은 김태연(45)씨는 “모처럼 현장에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니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활짝 웃었다.
관중 가운데엔 준결승전이 벌어지자 친구들이나 친지들과 함께 누가 이길 것인가를 두고 내기를 거는 등 경기의 재미를 한껏 만끽했다.

친구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는 김성일(64)씨는 “백승일(LG투자증권 황소씨름단)선수와 이태현(현대중공업 코끼리씨름단)선수가 치열한 한판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친구와 소주내기를 했다”며 “이태현 선수가 이겨 오늘 저녁은 모처럼 맛있는 소주를 마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경기장에는 연인과 부부, 동문 선·후배 등 다양한 관중들이 모여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이들은 핸드폰에 장착된 카메라로 선수들의 경기모습을 담아 친구들에게 보내는 등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인천 인항고 학생들은 모교 출신인 조범재 선수와 김용대 선수의 파이팅을 외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부평중 동문들도 '앗싸 부평중! 김용대, 황규철 선배님 으랏차차'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열띤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애인과 함께 2층 관람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박성태(28)씨는 “날씨가 추워 데이트할 장소도 마땅치 않았는데 실내체육관에서 경기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데이트장소로 선택했다”며 “천하장사 결정전이라 그런지 경기도 재미있었고, 모처럼 애인과 함께 휴일을 즐겁게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