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붐을 타고 '짠물'로 목욕하는 해수탕(海水湯)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중 목욕탕과 찜질방마다 해수탕을 운영한다는 팻말이나 간판을 내건 채 치열한 고객 유치전을 펼치기 일쑤다. 그러나 이처럼 대중화 된 해수탕의 원조는 단연 인천이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인천 월미도에는 일본인이 운영하던 월미조탕(潮湯·바닷물탕)이 있었다.
당시 월미조탕은 해수 목욕을 즐기러 한양에서 기차를 타고 몰려 온 명망가들로 인산 인해를 이뤘다고 전해진다.
조탕이 각종 질병 치유에 탁월한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부유층과 특권층만이 즐기는 일종의 건강·레저 문화였던 셈이다.
이후 맥이 끊겼던 인천의 해수탕은 지난 1985년 현 김홍섭 인천시 중구청장의 줄기찬 연구·개발 노력에 힘입어 새롭게 빛을 보게 됐다. 김 구청장은 연안부두 앞바다의 풍부한 바닷물에 착안, 지하 200m 암반을 뚫은 끝에 인체에 가장 적합하다는 염분농도 35%의 바닷물 수맥을 찾아냈다.
그는 이윽고 이 암반 해수를 끓여 목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우리나라 최초의 해수탕인 '유림해수탕'을 연안부두 인천항여객터미널 맞은편에 차리고 고객맞이를 시작했다.
국내 해수탕의 출발은 이렇게 비롯됐다.
이후 6~7년이 지나면서 유림해수탕 주변에는 10여 곳의 해수탕이 속속 들어서 '해수탕 거리'를 형성하게 됐다. 연안부두 일원 해수탕은 인천 뿐 아니라 서울, 부천, 과천, 수원 등 수도권지역에서 입소문을 듣고 일부러 해수탕욕을 즐기러 찾아오는 시민들로 주말마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들 해수탕은 보통 오전 5시30분 영업을 시작해 오후 8시 문을 닫으며 대부분이 매주 화요일 쉰다.
최근엔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영종도에도 진해개발(주)가 국내 최대 규모의 최신식 해수탕인 '해수피아'를 개장, 목욕 인파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수탕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면서 전국 각지에서는 해수탕의 본가인 이곳 연안부두 일원 해수탕으로 노하우를 배우러 오는 이들의 발길도 잇따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
해수에는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무기질, 마그네슘 등 각종 성분이 함유돼 있어 현대 의학으로도 치유하기 어려운 각종 질환에 큰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기 중에 전혀 오염되지 않은 지하 암반에서 퍼 올려진 순수 미네랄 해수는 열을 가하는 가온 과정에서 염화나트륨, 마그네슘, 칼륨, 칼슘 등이 용해돼 온천욕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해수탕욕을 하면 해수에 녹아있는 무기질이 인체 피부의 확장된 땀샘을 통해 서서히 몸 속에 흡수되고 이것이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다. 피로회복과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
소독효과가 높은 염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피부질환, 신경통, 요통, 치질, 동상, 땀띠, 염증, 무좀, 신경통 등에 높은 치유효과가 있다는 게 해수탕 단골고객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15년째 매주 2~3차례 이상 이 곳 해수탕을 찾고 있다는 주부 박예심(56)씨는 “해수탕욕을 즐기고 나면 나른하던 몸이 개운해지고 어깨결림과 무릎관절 통증도 싹 사라진다”면서 “특히 여성 피부미용에 최고인 것 같다”고 극찬했다.
김 구청장으로부터 유림해수탕을 물려받아 18년째 경영중인 동생 홍준(50)씨는 “해수탕이 인천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이 될 수 있도록 고객만족 서비스에 업계 구성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홍준 유림해수탕 대표
“목욕도 즐기고 질병치유도 돕는데 해수탕 온천욕 만큼 좋은 건 없을 겁니다.”
국내 해수탕의 본가인 유림해수탕(인천시 중구 항동)을 18년째 경영하며 '해수탕 외길인생'을 고집하고 있는 김홍준(50) 대표의 해수탕 찬가는 이어진다.
“해수는 물의 큰 용해력으로 인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90여종의 대부분 요소가 녹아있어 생명체에 필요한 인자가 잘 결합된다는 의학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할 정도로 몸에 좋답니다.”
해수탕욕을 즐긴 뒤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활력을 되찾게 됐다며 기뻐하는 손님들을 대할 때면 직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은근히 마음이 들뜬다는 그다.
그는 “해수탕이라고 해서 모두가 제대로 된 해수탕이라고 볼 순 없다”며 “천연의 지하 암반에서 찾아 낸 오염되지 않은 해수를 직접 사용하는 것만이 해수탕욕에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한다.
안타까운 점도 있단다.
그는 “해수탕은 민물탕에 비해 훨씬 많은 관리비용이 들지만 최근 업소간 과당경쟁 탓에 대중목욕탕 수준의 이용요금만 받고 있어 채산성 악화로 문 닫는 업소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다.
[인천이 최고다] 14. 해수탕
입력 200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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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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