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39·인천시 남동구 간석2동)씨는 얼마전 가족 생일을 맞아 모처럼 외식에 나섰다.
맨처음 찾아간 곳은 남동구 구월동의 한 꽃게요리 전문점. 1년전만 해도 손님들로 북적거렸던 이 음식점은 카센터로 바뀌어 있었다.
발길을 돌려 간석동의 체인점 형태의 고깃집을 찾았으나 이 음식점 역시 문을 닫은 채 '점포 임대' 안내문만 출입구에 붙어 있었다.
가족 행사가 있을 때 즐겨 다니던 '잘 나가던' 음식점 4곳이 모두 문을 닫아 헛걸음을 한 김씨 가족은 결국 집근처의 음식점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술을 한잔 하기 위해 차를 놔두고 택시로 이동한 터라 택시비만도 만만찮게 나갔다.
김씨는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외식을 자제하다 오랜만에 외식을 했는데 씁쓸한 심정으로 귀가했다”며 “생활형편이 좋지 않아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음식점의 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형편이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소비심리 또한 크게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인천의 경우, 현재 또는 앞으로의 생활형편을 보여주는 각종 지수가 전국 평균치를 크게 밑돌아 타 지역에 비해 서민들의 삶이 더욱 고달픈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최근 인천지역 250개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4년 4/4분기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생활형편을 묻는 현재생활형편 CSI(소비자동향지수)는 59(기준치 100)로 최악의 상태인 것은 물론 전국평균치(67)에도 크게 못미쳤다.
CSI는 각 조사항목에 대한 소비자의 응답을 가중평균한 지수로, 가령 현재생활형편 CSI가 기준치 100을 초과하면 생활형편이 좋아졌다고 응답한 가구가 나빠졌다고 응답한 가구보다 많다는 것을, 100 미만인 경우에는 그 반대를 의미한다.
향후 6개월 동안의 생활형편 전망 CSI도 3·4분기(80)보다 낮아져 73(전국 평균치 77)을 기록, 여전히 기준치를 밑돌았다.
이처럼 소비자 체감경기가 최악의 수준을 나타내면서 소비심리 또한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인천지역의 소비지출계획 CSI는 90으로 지난 1/4분기(110), 2/4분기(108), 3/4분기(99)에 이어 4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인천의 4/4분기 소비지출계획 CSI는 2000년 4/4분기(96) 이후 4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치를 기록한 전국평균치(97)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가계수입전망 CSI도 3/4분기(92)보다 낮은 85(전국 평균치 86)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인천본부 관계자는 “4/4분기의 경우, 연말 및 크리스마스 등을 맞아 외식 및 문화비 지출이 증대하는 시기임에도 불구, 가계수입전망 CSI 하락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소비지출계획 CSI 또한 크게 악화됐다”며 “그만큼 서민들의 삶이 날로 피폐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꽉닫힌 지갑, 더 추운 인천
입력 2004-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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