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덕양갑=정계개편의 '리트머스 시험지', '노무현 참여정부의 첫 시험대'라는 상징성에 유권자들이 '절대 지지'로 화답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인터넷의 힘'이 또다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한 것이 가장 큰 승리 원동력으로 풀이된다.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개혁당 유시민 후보는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민주당 덕양갑 지구당 당원들이 지난달 23일 자체 경선을 실시하면서 공조원칙을 천명한 중앙당을 압박한데 이어 경선 1위 후보자가 등록을 포기하자 차순위자를 후보로 내세우는 등 강하게 반발한 데다, 유권자의 28%를 차지하며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력인 '호남 향우회'의 외면을 받아왔다. 여기에 '호남 소외론'이 퍼지면서 어려움은 설상가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유 후보는 이에 굴하지 않고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다. 지난 대선에서 위력을 발휘한 '노사모'가 다시 가동했고, '개미들의 유쾌한 반란'으로 표현되는 전국의 개혁당 당원들이 릴레이식 지원에 나섰다. 이들이 만들어 낸 자발적인 네트워크 구축작업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끈끈한 연대로 이어졌다.

여기에다 한나라당이 개혁을 원하는 유권자의 '눈 높이'를 맞추지 못한 공천과 후보자의 자질과 관련된 좋지 않은 소문들에 따른 반사이익도 한몫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천 과정에서 “재선거 사유를 당의 도움없이 (이국헌 후보가)고군분투해 만들어낸데다, 마지막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있으니 도리가 없다”며 개혁이미지의 공천 경쟁자를 눌러 앉힌 것이 결정적 패착이라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의정부=한나라당 홍문종 후보가 선거기간 내내 주창한 “보궐선거를 통해 2선을 만들고, 다음 17대 총선서 3선 만들어 의정부의 '큰 일꾼' 내자”는 호소와 선거기간 내내 그를 괴롭힌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난에 대해 겸허하게 “정말 죄송하다”며 읍소에 가까운 사죄를 해 유권자의 '눈 높이'를 맞춘 것이 가장 큰 승리 요인이다.

특히 홍 후보가 의정부 최대 현안인 미군기지 신설 문제를 놓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문희상 국회의원 시절에, 임창열 경기도지사 시절에, 김기형 의정부시장 시절에 결정된 것으로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계속해 민주당 지지층을 와해시킨 것도 전략적 승인의 하나이다.

여기에다 상대 후보들의 '적전분열'과 '후보자질론' 논쟁에 대한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 등 반사이익도 작용했다.

서울 양천을과 고양 덕양갑 지역구와 달리 의정부는 민주당은 강성종 후보를, 개혁당은 허인규 후보를 내는 등 '따로 따로' 후보를 냈고 이들은 투표 당일까지 '노무현 적자론'이라는 선명성 경쟁을 벌이며 지지표를 분산시켰다.

특히 민주당 강성종 후보는 “2개월 만에 의정부에 내려온 낙하산 공천”이라는 지역내 비판 여론 극복에 실패했다. 이같은 '낙하산 공천'은 민주당 전국 지구당 중 가장 많은 기간 당원을 확보하고도 지구당 내부의 분열을 가져와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