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지공간 없이 건물들이 빽빽히 들어선 인천시내 전경. 이 속에 사는 시민들이 삶의 터전을 쾌적한 환경으로 바꾸려는 여망을 담아 조성될 '희망의 숲'이 콘크리트 벽과 아스팔트 세상인 인천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임순석·sseok@kyeongin.com





도시 전체에 드리워진 스모그, 쾨쾨한 매연, 인천항 주변을 떠도는 비산먼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인천의 자화상이다.

산업화로 인해 각종 공장면적이 확대되고 인구증가에 따라 주거지역 상업·업무지역 등이 늘어난 결과다.

계양산 등 높은 곳에서 인천을 바라보면 인천의 현실은 더욱 암울해진다.

상층부와 하층부가 전혀 다른 색으로 경계를 이루는 대기, 녹지공간 없이 빽빽히 들어선 건물들.
 
수도권의 관문으로 산업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온 대가치고는 너무 혹독하다.
 
그 속에서 시민들은 무감각한 일상을 보낸다. 미래를 짊어질 새싹들도 어느덧 콘크리트 벽과 아스팔트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안다.
 
드넓게 펼쳐진 잔디 위에서 나무사이를 마음껏 뛰어다니는 것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장면이 됐다. 아이들은 어느덧 각종 공해와 인공구조물에 익숙해져 버렸다.
 
삶의 질을 생각할 때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인천을 바꾸거나 인천을 떠나는 것일 게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많은 이들이 인천을 떠났다.
 
그러나 인천이 삶의 터전인 대부분의 시민들은 인천을 떠나기보다는 내가 사는 곳을 쾌적한 환경으로 바꿔보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오는 3월24일 남동구 중앙공원 1지구에 조성되는 '희망의 숲'은 바로 인천시민들의 이런 여망을 담고 있다.
 
'희망의 숲'은 시민의 성금으로 조성되는 인천 최초의 녹지공간이다.
 
인천시의 '300만 그루 나무심기 사업'과 연계돼 추진된 '녹지성금' 모금에는 어린이에서부터 각 사회단체, 주부, 공직자,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다.
 
'희망의 숲'에 뿌려지는 자양분이 쾌적한 환경, 푸른 도시를 바라는 인천시민들의 염원과 정성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이러한 시민들의 염원이 확산된다면 제2, 제3의 '희망의 숲'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런 점에서 '희망의 숲'은 '푸른 인천'의 결과물이 아니라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인천시의 녹지율은 지난 2003년 말 현재 39.5%, 도시공원 조성률은 26%로 전국 주요도시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특히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을 통해 동북아시아의 비즈니스 중심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인천이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녹지 확보가 필수적이다.
 
지금이 바로 100호, 200호로 이어지는 '희망의 숲'을 위해 시민들의 역량을 다시 한번 결집해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동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인일보는 인천이 숲과 건물이 구분이 안되는 푸른도시로 거듭나기를 기원하면서 '희망의 숲' 조성 과 관련 기획시리즈를 6차례에 걸쳐 싣는다.

官 주도 아닌 '시민공원' 위상

'희망의 숲'은 인천시의 도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대표적인 벨트(Belt)형 공원인 중앙공원 1지구에 조성된다.

총 규모는 1만2천평으로 △녹지성금을 활용한 희망동산'(1천500평) △시민 기념식수 동산(800평) △협회·단체 기념식수 동산(700평) △웨슬리 동산(3천평) △산책로, 광장 등 조경사업지구(6천평)로 구성된다.

중앙공원 1지구를 '희망의 숲' 조성부지로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중앙공원 1지구는 인천시에서 추진한 총 8지구의 중앙공원 조성사업 부지의 출발점이자 마지막 남은 부지다.

바로 중앙공원이 시작되는 1지구에 시민의 정성이 깃든 녹지를 조성함으로써 민관이 합심해 인천을 숲과 건물이 어우러진 국제도시로 가꾸자는 뜻을 담고 있다.

특히 중앙공원은 이번 희망의 숲 조성으로 관 주도의 도시공원이 아닌 진정한 시민의 공원으로서 위상을 갖추게 됐다.

희망의 숲에 녹지성금 기부자의 이름을 새긴 기념비를 세우는 것도 큰 의미를 갖는다. 이 기념비는 나무가 자라 숲이 무성해진 훗날, 인천의 열악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 발벗고 나선 시민들의 노력과 자긍심의 상징으로 후손들에게 인식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희망의 숲'에는 인천지역 각 기관·단체의 참여 및 봉사정신이 뿌리를 내리게 된다.

웨슬리사회봉사단이 '웨슬리 동산'을 조성하는 데 이어 인천시전문건설협회와 인천시조경협회가 2천여만원의 예산을 투입, 700여평 규모의 기념식수 동산(C구역)을 꾸민다.

여기에다 희망의 숲 설계를 맡은 산림조합은 무보수로 나무식재 봉사활동에 나선다. 시민 김모(38·여·남구 간석2동)씨는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녹지성금에 보탰는데 그 돈으로 희망의 숲을 조성한다니 너무 기쁘다”며 “희망의 숲은 인천의 '희망의 점'으로 점이 선으로, 면으로 확대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