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4일 오후 인천 송도국제도시 갯벌타워에서 열린 '인천의 3대 현안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순석·sseok@kyeongin.com
한나라당이 주최한 '인천의 3대 현안정책 토론회'가 공천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당 대표와의 사진찍기 이벤트로 전락했다.
한나라당은 14일 오후 2시 인천 경제자유구역 갯벌타워에서 박근혜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인천지역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대안과 인천 구도심재생사업,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적 추진 방안 등 지역 3대 현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에 이어 전문가들과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정책 제언을 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주제발표에 나선 발제자들은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각 현안마다 실태와 문제점, 대안 등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준비해왔음에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15분 내에 발표를 마쳐야 했다. 결국 발제자들은 준비해 온 자료를 제대로 발표하지 못하고 간단하게 현안에 대한 설명만 하는데 그쳤다.
이어 진행된 전문가 토론도 사정은 마찬가지. 토론자들은 추가 발표없이 5분 내에 토론을 하라는 사회자의 주문에 짧은 시간에 자신의 견해를 밝히느라 진땀을 뺐다.

발제자들과 전문가들의 토론은 그나마 열정이 느껴졌지만 토론자로 참석한 국회의원들의 발언은 상식적인 지적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신변잡기 수준이라는 지적을 샀다.
토론자로 나선 한 국회의원은 “인천이 발전하려면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된다”는 말로 정책제언을 대신했다.

“인천은 대한민국 성장동력”이라고 치켜세우며 “당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박 대표의 인사말을 무색하게 하는 대목에서 토론회 참석자들은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의원들도 토론회 주제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발언으로 짧은 발언시간을 소비했다.
한나라당은 주제별 토론회 이후 종합토론회를 갖기로 하고 연단 앞에 별도로 30여개의 좌석을 마련해 당직자들을 앉혀 놓았지만 사회자는 “시간이 없다”며 폐회를 선언했다.

결국 자리에 앉아 있던 참석자들은 머쓱하게 일어서 회의장을 나서야 했다.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한 당직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회의장 건너편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박 대표와 공천자의 사진 촬영 행사를 갖는다”는 안내 멘트를 날리면서 이번 토론회가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보다는 당 대표와의 사진 촬영에 있었음을 확인해주었다.

토론회를 지켜 본 시 공직자들과 당원들은 “지역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너무 성의없이 진행된 것 같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시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는 오래전부터 전국을 돌며 실시하는 행사였다”며 “대표가 공천자들을 격려하는 자리가 필요한 것 같아 급하게 사진 촬영 행사를 갖게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