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을 앞두고 부모의 가슴에 한을 남긴 채 떠났던 젊은 영혼들의 합동 장례식이 치러졌다.
유가족과 인천시 그리고 시민대책위원회 등이 90여일 동안 갖가지 진통과 노력 끝에 보상합의가 이루어진 후 내려진 결정이었다.
그러나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일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인천 화재 참사는 많은 과제를 남겨 놓았다.
우선 화재사건의 시작과 끝에는 부정부패로 일컬어진 탐욕과 교실의 붕괴가 있었다. 그리고 문제를 이분법적 잣대로 보는 세상의 시각 또한 이 사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인천 화재참사 사건은 자식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청소년 정책과 학교현실을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부패한 이면과 일그러진 공동체 그리고 표류하는 가족이라는 가슴 아픈 자화상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 사건들처럼 그 교훈은 잊혀져가고 있다. 재난방지의 필요성도 생명의 중요성도 교육정책의 문제점도 흐지부지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들이 이번 사건으로부터도 반성하지 않고, 대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면 또 다른 불행을 반복할 것이다.
이제 살아남은 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먼저 간 이들을 위로하는 일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다시는 똑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혹시 세상을 달리한 젊은이들은 세월이 가면서 잊혀 질 수 있다고 해도 부상으로 고통받은 젊은이들은 사건의 증인으로 우리들과 함께 할 것이다.
56명의 젊은이에 대한 합동장례식이나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으로 사건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지금도 87명의 부상자들은 여전히 병원에 있거나 치료중이다. 그리고 그들의 신체적·정신적 후유 장해는 당사자나 부모들만이 짊어져야 하는 고통이 아니다.
청소년 문제에 대한 추상적인 정책이나 구호보다 부상당한 젊은이들이 다시 밝은 웃음으로 세상을 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이 우리들에게 있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도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하면서 세상을 달리한 청소년들의 명복과 부상당한 청소년들의 쾌유를 기원한다.
끝나지 않은 `인천 화재참사'
입력 2000-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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