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문화재 관리에 헛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원형이 살아있는 진짜 문화재 보존은 소홀한 채 인근에 화려한 가짜를 복원하고 이곳에 열중하고 있다니 참으로 황당한 문화재 행정이 아닐수 없다. 이 와중에 역사적 산실인 '정품'은 관리부실로 인한 폐허와 폐가로 변모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어, 너무나 귀중한 사료가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질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가 되고 있다. 아무리 되짚어 봐도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다.
3일 본보 보도에 따르면 인천시 남구 관교동 문학초등학교 교정 한켠에는 '인천도호부청사'가 폐가와 다름없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고 전한다. 곧 무너질듯한 기와지붕엔 단풍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종이가 뜯겨나간 앙상한 문살에 마루는 담배꽁초 등 불작난의 흔적까지 보인다고 한다. 현대식 학교 건물과 비교되는 몰골이 영낙없는 흉가다. 이 건물이 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재 1호다. 그러나 이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시가 문학경기장 방면에 '인천도호부청사'를 새로 마련(?)하고 인천의 대표적 관광코스로 역사를 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시는 최첨단 국제도시를 꿈꾸며 정체성 바로잡기 운동을 벌이며, 일환으로 역사적 산물을 새롭게 발굴 조명하는 소위 인천시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사업을 한다고 법썩이다. 따라서 원형은 외면한 채 이야기의 줄거리만을 중시한 형식에 치우친 문화재 복원사업과 특히 껍데기가 판치는 문화재 관리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유무형의 문화재 형식을 빌은 허상의 복원이 이에따른 각종 행사의 전개로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다. 소프트 부문의 문화제 복원사업이 유형의 원형문화재를 제자리에서 밀어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현존하는 역사적 건축 및 축조물은 사실과 형태,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유산으로 아날로그의 산 증인임이 틀림 없다. 이런 엄청난 현실의 보존을 외면한다면 정말 비난받아 마땅하다. 市지정 기념물 1호인 문학산성의 방치가 대표적 유형이다. 더 늦기전에 인천시는 서둘러 문화재의 가치보존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관리전문기관 신설을 서둘러야 한다. 얼마전 인천 지역을 답사한 한 동양학 연구원의 '市 문화재 정책엔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표류하는 인천시 문화재 행정
입력 200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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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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