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서울 강북으로 이사 가고 싶다. 뉴타운개발에 대한 기대가 아니다. 서울을 인간적 도시이자 자연의 일부로 다시 태어나게 한 청계천 때문이다. 청계천의 복원을 바라보는 인천시민들의 부러움은 끝이 없다. 지하의 메탄가스 폭발과 교통사고 위험 때문에 주한 외국인들의 기피대상 1호가 청계고가도로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가 청계천을 배우고 있다. 산업화의 이름으로 폐허에 가깝게 망가져 가는 도시모습에 체념했던 우리들에게 청계천의 복원은 신선한 충격이다.

그것은 근대화 과정에서 철저하게 희생당했던 인천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지침이기도 하다. 사실 인천은 공단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공단이 준 상징성 만큼 남겨진 아픔도 많다. 공단의 폐수는 하천을 병들게 했다. 무허가 공장이나 건물들이 파헤쳐진 야산과 계곡에 자리를 잡았다. 그 결과 이름은 있지만 산도 하천도 사라졌다. 그리고 생활하수구가 되어버린 하천에는 악취만이 진동한다. 하천은 끊임없는 민원의 대상이었고, 자치단체들은 치유보다 일단 덮는 방법을 선택했다.

청계천이 세계적 도시경관으로 탈바꿈하는 이 시점에도 인천의 학익천은 도로복개 공사가 한창이다. 왜 이토록 차이가 나는가. 되묻기조차 민망하다. 그러나 도로의 확장과 악취 등의 처리를 위해 하천을 다뤄왔던 하천행정은 반성해야 한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인천의 하천 복원사업이 부분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를 계기로 생태계 파괴라는 인천의 부정적 유산이 치유되기를 바란다. 하천을 살리는 것은 생명을 살려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하천의 복개를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된다. 하천의 물길을 교류시켜 지천을 되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하수종말처리장의 건설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바다와 하천, 하천과 하천이 만나는 지점에 처리장이 설치되면서 지천이 더욱 황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이미 복개된 하천들에 대한 복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모범답안은 청계천에 있다. 넷째, 장수천·승기천·굴포천 등의 되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졸속사업이 되지 않도록 많은 사례들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다섯째 정치적 홍보의 대상이 아니라 생태계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복원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자연은 우리에게 화답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