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조작'과 유전자`변형'의 차이는 뭘까. 최근 빈번히 등장하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는 말을 접할 때마다 드는 의문이다.
정부발표에는 유전자변형농산물이라고 돼 있다. 그러나 같은 영어를 굳이 유전자조작농산물이라고 번역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언론도 제각각이다. 왜 그런가.
GMO란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바꾸어서' 재배 생산된 농산물을 일컫는다. 여기서 인위를 강조하자면 조작(操作)이 어울리고, 바꿈에 무게를 싣자면 변형이 적당해 보인다.
문제가 꼬이는 지점은 조작이라는 표현의 어감인 듯하다. 操作이든 造作이든 조작은 수상하게 들린다. 아마도 `여론조작', `용공조작', `지역감정조작' 따위, 21세기가 오기 전에 청산해야 마땅한 조작들이 이 땅에 많았고, 여전히 많기 때문일 것이다.
GMO에 반대하는 측은 이같은 뉘앙스까지 십분 활용해서 유전자`조작'이라는 표현을 고수하는 반면, `변형' 선호파들은 논란 많은 GMO에 대해 일단 가치중립적으로 보이는 용어 뒤로 한 발 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는 현실에 꼭 들어맞는 추측은 아닐 지 모른다. 그러나 환경·시민단체는 항상 `조작'이라고 하고, 정부는 언제나 `변형'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리 틀린 진단이 아닌 것도 같다.
뭐라고 부르든 요즘 GMO에 대한 관심과 경계심이 부쩍 높아진 것만큼은 확실하다. 시판두부 대부분이 GMO 콩으로 만들어졌다는 발표가 나오자 어느 식품회사는 발표기관을 상대로 1백억원 대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뒤 끝에 농림부장관이 빠르면 내년부터 GMO 여부 표시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생명·환경·윤리를 두루 고려해서 GMO의 유해성을 인정한 것은 아닐지언정 소비자에게 부분적 선택권이나마 주겠다는 뜻이다.
약속을 지키려면 정부는 현실적인 GMO 검증방법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어리석은 기대겠지만, 그 과정에서 `변형'과 `조작' 사이의 인식차이도 좁혀졌으면 좋겠다.
楊 勳 道 <제2 사회부장>
조작과 변형
입력 1999-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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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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