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줄에 걸어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 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땅 지돈가?' 윤동주 시인이 1936년에 쓴 동시 `오줌싸개 지도'다. 이런 전래동요도 있다. `백마타고 달리는 꿈을 꾸다가/ 글방도령 간밤에 오줌 쌌다네/ 오줌싸개 똥싸개 놀려줄까/ 동네방네 골목골목 소문 내볼까.'
현대의학은 오줌싸개를 일종의 `환자'로 간주한다. 다섯 살이 넘어서도 밤에 오줌을 가리지 못하면 야뇨증으로 규정된다. 여기엔 `지도타령'이나 악의 없는 놀림 같은 여유는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키 쓰고 소금 얻으러 다니면서 저절로 고쳐진다는 옛 믿음은 오히려 공박을 받는다. 야뇨증 어린이는 정신적 사회적으로 위축돼 왕따가 되기 쉬우므로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야뇨증은 흔한 증상이다. 엊그제 고대 안산병원 교수팀이 조사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다섯명 가운데 한명이 오줌싸개라고 한다. 오줌싸개가 되는 원인은 항이뇨호르몬 분비 이상, 방광이나 수면중 각성기능 장애 등 다양하다. 재미있는 것은 가장 큰 요인이 `유전'이라는 점이다. 엄마 아빠가 모두 어린시절 오줌싸개였으면 아이가 오줌싸개가 될 확률이 77%, 어느 한쪽만이었으면 44%라고 한다. 오줌싸개를 환자로 여기기보다는 어린 시절의 자연스러운 한 모습으로 보는 오랜 전통이 생긴 이유를 알 만하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에 이런 대목이 있다. 서구(西歐)의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말을 늦게 시작하면 병으로 여긴다고 하자 라다크의 어머니들은 오히려 놀라움을 표시한다. 어련히 때가 되면 하는 것이지 걱정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자녀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처질까봐 걱정하는 산업사회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사는 전통사회의 차이가 여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어느 쪽이 더 건강할까. 자랑은 아니지만 수치도 아닌 오줌싸개 때문에 속을 끓이는 부모라면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만한 문제다. <楊勳道(논설위원)>楊勳道(논설위원)>
오줌싸개
입력 2000-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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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1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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