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는 잘못 붙인 제목인 것 같다. '포세이
돈"은 그리스 신화의 해신(海神)이고 신은 결코 모험-위험(險)을 무릅쓰지
(冒)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화유람선 이름인 '포세이돈"은 어울릴지 몰
라도 '포세이돈 어드벤처(모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 영화와 비슷
한 침몰 과정을 그린 '타이태닉"도 그리스 신화의 신 '타이탄(Titan)"에서
온 말로 '타이탄 신의"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타이탄 신의 소유"라는 뜻
의 호화유람선 '타이태닉"도 신의 이름을 함부로 참칭한 데다가 안전수칙
을 무시한 채 강행한 항해가 화근이 돼 그런 엄청난 참사를 빚지 않았나 하
는 생각이 든다.
서서히 가라앉는 호화 유람선의 침몰 과정이란 숱한 '죽음의 예고편"과 '본
편"이 뒤죽박죽된 끔찍하고도 생생한 최악의 '신 연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거의 모두가 한 시간  또는 두 시간뒤에 죽기는 죽되 그렇게 유예받
은 사망 예고편이 두서없이 마구 본편과 오버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
은 신 연출의 비행기 사고엔 거의 그런 예고가 없다. 1994년 5월 3일자 일
본 아사히(朝日)신문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은  너무도 잔인한 신의 작품 그
것이었다. 단 몇초 뒤에 나고야공항에 추락하는 죽음도 예감치 못한 채 밝
게 웃는 다카스(高須)씨의 그 사진은 추락사고 현장에 흩어진 바로 그의 유
품인 카메라 필름을 기적적으로 인화한 것이었다.
비행기 사고엔 왜 단 몇초의 죽음의 예고도 없는 것인가. 서울 올림픽대교
꼭대기에 무게 10.8t의 횃불형 조형물을 설치하다가 추락한 전천후용 대형
운송 헬기인 '47 치누크"의 사고도 신은 전혀 예고하지 않았다. 다만 방심
과 무모와 모험만은 경계하라는 암시를 주었을 것이다. '치누크
(chinook)"가 무슨 뜻인가. 북미 토인, 로키산맥 동쪽서 부는 바람, 연어
등의 뜻도 있지만 신화사전에 나오는 여자 수호신, 일본 창세신화의 창조
신,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치누크라는 이름을 위해서라도 조심
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