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누구던가.
 국왕을 수장으로 하는 교회인 영국의 국교회(國敎會)를 확립하고 절대주
의 왕권을 강화, 확립했을 뿐 아니라 스페인의 무적 함대를 무찔러 근세 초
기 영국의 한 시대를 구축한 여걸이 아닌가. 그런 그녀가 평생을 독신으로
보낸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왕비를 여섯이나 바꾸고 왕비의 시녀 앤 볼린
(Anne Boleyn)과의 결혼을 반대하는 측근들을 무참히 살해한 아버지 헨리 8
세에 대한 억하심정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바로 그 시녀 출신 왕비인 앤 볼
린이 자신의 어머니라는 콤플렉스가 이유였을까.
 절대 명령권을 휘두르는 제왕이 천박한 가문의 시녀 출신을 후궁으로 삼
았다가 왕비로 승격시켰던 예는 동과 서 가릴 것 없이 근세사까지도 흔했
다. 영국의 에드워드 8세만 해도 그냥 심프슨 부인을 이혼시킨 뒤 마음대
로 왕비 자리에 앉혔어도 그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왕관까지 버리
는 그야말로 '세기적인 사랑'으로 그녀를 택했던 것이다.
 한데 문제는 왕실 어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왕세자와 공주의 결혼 상대
자 선택이다. 1995년 7월 1일 모나코 왕궁에서 결혼식을 올린 스테파니 공
주는 결혼 상대자가 그녀의 경호원인 다니엘 드크루였고 스페인의 크리스티
나 공주가 97년 10월 4일 결혼식을 올린 상대자는 3년 연하의 핸드볼 선수
우르당가린이었다. 그러니 그들의 결혼 허락이 순조로울 리 없었다. 게다
가 그 핸드볼 선수는 분리독립운동이 치열한 바스크 지방 출신이었다. 더
욱 심한 경우는 네살 짜리 아이까지 둔 이혼모와 지난해부터 동거중인 노르
웨이의 하콘 왕세자(27)가 오는 8월 결혼한다는 것이고 속옷 모델 출신과
교제 중인 스페인의 필리페 왕자(33)다. 신부감을 반대하는 부모인 국왕 부
처 등 12명을 사살하고 자신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네팔 왕세자의 비
극이 너무나 끔찍하다. 차라리 에드워드 8세처럼 왕실을 버리고 히말라야
산 속으로라도 들어갈 일이지.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