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4월 26일 실시된 제13대 국회의원 선거는 하나의 이변이었다. 우리
나라 의정사상 처음으로 집권당이 원내의석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다. 지역구 224개중 여당인 민정당이 겨우 87석을 차지한데 비해 평민당 54
석, 민주당 46석, 공화당 27석, 한겨레민주당 1석, 무소속 9석의 분포를 보
였다. 전국구 의석을 합쳐도 민정당 125석, 평민당 70석, 민주당 59석, 공
화당 35석 등으로 이른바 여소야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정치주도권은 야당에게 돌아갔다. 평민 민주 공화 등 야3당은 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계속해서 노태우정권을 압박해
들어갔다. 줄곧 수세에 몰려야 하는 노정권의 속내가 편할 리 없었다. 여기
에 제2야당인 민주당이나 제3야당인 공화당 역시 조금쯤은 개운치 못한점
이 있었을법 하다. 그래서 였을까, 1990년 1월 22일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
이 벌어졌다. 민정 민주 공화 3당이 전격 합당을 선언, 새로운 거대 여당
인 민주자유당(민자당)이 탄생한 것이다. 한국정치의 일대 지각변동이었다.
얼마 전 제임스 제퍼즈 상원의원의 공화당 탈당으로 미국의 정치구도에도
전반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상원의 판도가 딕 체니 부통령의 캐스팅 보
트로 여당인 공화당이 주도하던 50대 50에서, 무소속이 된 제퍼즈의원의 가
세로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하게 될 50대 49대 1로 바뀐 것이다. 그야말로
미국판 여소야대가 돼버렸다. 따라서 입법주도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가는 것
은 물론이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이 한층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
게 되리란 전망이다. 이런 판에 한때 부시 대통령의 경쟁 상대였던 존 매케
인 상원의원마저 공화당 탈당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불난 집에 부
채질’이라고나 해야할까, 부시 대통령의 심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을 것 같
다.
그런데 참 궁금한 게 있다. 미국이 전통적인 양당제 체제 이기에 망정이
지, 만일 그 옛날 한국처럼 여러 당이 난립해 있다면 정국이 어떻게 되어갈
까. 그들 역시 3당합당이라는 묘수(?)를 쓸까. <박건영(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