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59년 중국 전국(戰國)시대 때, 진(秦)나라 효공(孝公)은 상앙이란
인물을 등용하여 국정 전반에 걸친 개혁과 쇄신을 단행했다. 상앙은 두차례
에 걸친 개혁을 통해 엄격한 법의 기강을 세워나갔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만든 법을 어찌나 까다롭고 엄격하게 적용했던지, 심지어는 왕의 서자마저
법을 어겼다 하여 코를 베는 형에 처하였다. 당연히 그를 두려워하고 시기
하는 이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중 효공이 죽고 정권이 바뀌게
되자 그를 시기하던 무리들이 참소하여 나라에서 쫓기는 신세가 되고만다.
이리 저리 쫓기던 상앙이 어느날 한 객사를 찾아들었다. 그러자 주인이 나
와 이렇게 말했다. “상군(상앙을 높여 부르는 말)의 법률에는 여행증이 없
는 손님을 재우면 그 손님과 함께 벌을 받도록 돼 있습니다.” 결국 그는
그곳에서도 쉬지 못한채 계속 쫓기다 체포되어 죽임을 당한다. 기원전 338
년의 일이다.
언뜻 이같은 경우를 두고 ‘자기가 친 덫에 자신이 걸린다’고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론 ‘넘치는 건 차라리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
이 더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지나치게 엄격하고 까다로운 법으로 인
해 그 법을 만든 상앙 자신도 도피처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요즘 쌍둥이 딸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걸
보면 그 옛날 상앙의 경우와 너무도 흡사하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97년 텍
사스 주지사 시절 ‘술을 소지하거나 사려하는 21세 미만자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규정한 알코올음료법’을 제정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자신의 두
딸이 올들어 두번씩이나 술을 사 마시려다 이 법에 걸려든 것이다. 부시의
심정이 어떨는지 짐작이 간다.
하기야 이런 식으로 치자면 최근 미국이 유엔 인권위원회 위원국 자격을 상
실한 것이나 대중국·러시아·북한관계 등이 껄끄러워진 것 또한 비슷한 경
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유난히 힘의 외교를 표방한 부시 행정부의 보수
강경노선이 국제사회의 경계심을 잔뜩 자극한 결과로 볼 수도 있을테니
까. <박건영(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