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가는 딸들도 재미있고 같은 길을 가는 딸들도 흥미
롭다. 유전인자의 데모랄까 반항인 경우와 그 순종의 경우라고나 할까.
 보이체흐 야루젤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의 딸 모니카 야루젤스키는 아버지
처럼 정치가가 되지 않고 모델 겸 배우로 활약 중이고 같은 폴란드의 전 대
통령 바웬사의 딸 막달레나는 발레니나다. 아버지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
을 폭군이라 비난, 93년 12월 미국으로 망명한 딸 알리나 페르난데스 레브
엘타는 패션 모델이고 레이건의 딸 패티 데이비스는 '플레이보이'지의 커
버 걸로 나오기도 한 누드 모델이자 기타리스트다. 90년 서울서 개인전을
갖기도 한 화가 덩린(鄧林)은 등소평(鄧小平)의 장녀이고 주은래(周恩來)
전 중국 총리의 딸 아이페이는 아버지의 회고록을 출판하기도 한 작가다.
 반면 아버지를 적극 옹호하는 이른바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경우도 흔하
다. 재직 중 시크 교도에 의해 살해당한 인도 총리 간디는 간디가 아닌 네
루의 딸이었고 부토 파키스탄 총리는 마치 쿠데타로 실권, 사형당한 아버지
가 환생(還生)한 것 같은 그런 모습이다. 노벨 평화상의 아웅산 수키여사
는 버마의 독립 투사로 국민의 영웅인 아웅산장군의 딸이고 일본 최초의 외
무장관 다나카마키코(田中眞紀子)는 다나카 전 총리의 딸이다. 레이건의
딸 머린 레이건도 아버지처럼 정치가가 되었고 모택동(毛澤東)의 딸 리나
(李納)도 아버지의 노선을 존중, 해방군보(解放軍報) 최고 책임자로 활약했
다. 그녀의 성이 '毛'가 아닌 '李'인 것은 어머니(江靑)의 본명(李進)을 따
랐기 때문이다.
 20세기 철권의 딸들이 주먹 싸움을 벌여 전세계의 시선을 모은 것도 아버
지의 유전자 발로와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표출일 것이다. 한데 무하마드 알
리의 딸 라일라 알리가 나이 많은 조 프레이저의 딸 재클린 프레이저 라이
드를 판정으로 이긴 것은 진 거나 마찬가지다. 혹시 근육이 굳어지고 손이
떨리는 아버지의 파킨슨병 유전자까지 권투선수 딸에게 유전되는 것은 아니
겠지.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