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재계에서 쓰보우치 히사오(坪內壽夫)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는 1953년 이미 도산한 구루시마도크(來島船渠)의 경영을 맡은 이후 80년
대 사세보(佐世保)중공업 이외에 은행 호텔 해운 제지 신문사등 모든 업종
에 걸쳐 100여개의 도산 또는 적자기업을 회생시켰거나 흑자로 돌려놓은 경
영의 귀재였다. 그의 경영철학은 '사원의 월급은 남들이 주는 수준으로 하
고 이익은 모두 내부 유보한다. 다른 회사보다 2~3배 많이 일하고 간접비
를 줄이며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흔히 듣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쓰보
우치는 털끝만큼도 타협없이 이를 철저히 실행한다는 것이었다. 회사가 망
하는 것은 평범한 원칙을 실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
다.
 그가 적자에 허덕이던 사세보 중공업경영을 맡고있던 80년 사세보는 장기
파업이 일어났다. 쓰보우치는 인원감축을 노조에 통보했고 노조는 '쓰보우
치 타도'를 외치며 결사투쟁에 나섰다. 회사는 적자인데도 매년 임금인상에
만 익숙했기 때문에 쓰보우치의 감원통보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노
사협상이 타결돼 파업은 25일만에 끝났다. 당시 노조의 임금부장 오카타 아
키라(緖方彰)는 후에 이같이 회고했다. “파업당시 쓰보우치사장이나 회사
를 이해하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쓰보우치는 적대해야 할 상대였
고 페어플레이할 겨를도 없었다. 이제는 그를 믿을수 있게 됐다.” 국내에
서도 부도난 회사를 노조가 합심해서 되살리거나 적자회사를 흑자로 돌려놓
은 사례는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민주노총이 오늘(12일)부터 전국 200여개 사업장에서 연대파업을 본격화
한다고 선언, 사회전체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노사분규건
수는 지난해의 60%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파업의 양상은 더욱 과격해져 폭력
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92년만에 최악이라는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정치 경제적으로도 지쳐있어 만사가 짜증스럽기만
한 때이다 이러한 때 민간 경제주체인 노사가 멋진 협력으로 불안요인을 해
소시켜준다면 그래도 희망을 걸수 있지 않겠는가. <成定洪(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