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역사적 평양 방문으로 일궈냈던 6·15 공동선언이 나온
지 오늘로 꼭 1년이다. 그때 남북한 두 정상의 첫 만남은 그 역사성 못지않
게 큰 성과와 보람을 안겨주었었다. 통일문제 자주적 해결이나 이산가족·
친척방문단 교환 등 공동선언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서로간 한없이 드높
게만 느껴졌던 ‘마음의 벽’을 한결 낮추었다는 게 무엇보다 가슴 뿌듯했
었다.
특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예상 밖 자세에 많은 국민이 놀라고 감탄
했다. 어쩐지 항상 음습하게만 각인됐던 그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스스럼 없
는듯 하면서도 시종 깍듯이 김대통령을 환대하던 모습은 차라리 충격이었
다. 온 국민이 기쁨에 들떴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 기쁨을 뒷받침 하
듯 곧바로 남북한 실무접촉 등이 뒤따랐고, 몇차례 이산가족·친척방문단
교환도 이뤄졌다. 남북한 긴장완화 화해의 상징이라 할 경의선 철도 연결이
나 경제협력 문제 등 논의도 술술 풀려나가는듯 싶었다.
물론 그러는 중에도 약간의 불안감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어렵사리
피워낸 여리디 여린 꽃 한송이가 자칫 풋열매도 맺기 전에 또 다시 엉뚱한
비바람을 맞게 되는 건 아닐까 공연히 두려웠던 것이다. 그 옛날 7·4 공동
성명이 유명무실해지던 과정을 너무도 똑똑히 지켜봐왔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 불안했던 예감이 정녕 맞아들어가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한창 무르
익는가 싶었던 남북한 화해분위기에 찬 기운이 돌고 있다. 요 몇달사이 남
북한 장관급 회담 등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고, 이산가족 상봉도 슬그머
니 중단됐다. 경의선 연결문제 역시 언제 논의됐었나 싶게 감감 무소식이
다. 곧 있을 것 같았던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아직은 요원하게만 느껴진
다.
많은 이들은 미국 부시행정부의 보수 강경노선이 남북한 관계에 냉기류
를 실어왔다고들 한다. 일면 수긍이 가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대로 받아
들이기엔 왠지 떨떠름하다. 정녕 그렇다면 지금껏 우리가 해온 일은 과연
아무 것도 아니었나 싶어서이다. 6·15 한돌이라지만 마냥 우울해지는 이유
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건영(논설위원)>박건영(논설위원)>
6·15 한돌
입력 2001-06-15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1-06-15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