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앞 바닷가 모래톱에 매화꽃이 무성, 그 향기가 온 마을에 진동하던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 그러나 지금은 그 아름답던 매화꽃들은 간데 없고
미군 전투기의 요란한 굉음과 포연만이 그득할 뿐이다. 반세기 동안 미공
군 사격장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처음 이곳에 사격장이 들어서게 된 것은 1951년 미군 폭격기들이 매향리
앞 해안으로부터 1.6㎞가량 떨어진 바다 위 농섬을 해상 표적으로 사격을
시작한데서 비롯됐다. 그후 1954년부터 미군이 사격장 지역에 주둔하기 시
작했고, 1968년엔 농섬을 중심으로 반경 3천피트의 구역과 이에 접속한 해
안지역 38만평을 징발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
다. 1979년엔 농섬을 중심으로 반경 8천피트까지 확장 징발했고, 그후로도
계속 넓혀 들어가 지금은 무려 728만평이나 차지하고 있다.
 사격훈련으로 인근주민들이 입어온 피해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없을 만
큼 극심하다. 지축을 뒤흔드는 폭음으로 주택이 흔들리는 건 예사고 주민 8
할 이상이 이명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오폭이나 불발탄 폭발사고가 빈번,
툭하면 주택 지붕과 벽이 내려앉는가 하면 사상자도 심심찮게 나온다. 게다
가 주민들은 황금어장을 상실했고 농사마저 마음대로 지을 수 없다. 참다못
한 주민들이 10년 넘게 사격장 이전 등을 강력 촉구하고 있지만, 미군측 반
응은 마냥 ‘쇠귀에 경 읽기’식이다.
 그런 미국이 푸에르토리코의 매향리라 할 비에케스 섬에서는 사격훈련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비에케스 섬 역시 반세기 넘게 미군의 폭격훈련장으
로 사용돼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온 곳이다. 지난해 9월엔 한국의
비정부기구(NGO) 대표들과 함께 이곳 주민들도 백악관 앞에서 연합시위를
벌였었다. 그런데 며칠 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이 이 섬에서의 훈련 중단
을 선언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첫번째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었고, 두번째는 그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같은 처지인
매향리에 대해선 아직 아무런 언급도 없다. 왜일까. <박건영(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