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명들은 대개 지형 기후 등에서 유래되거나 나름대로 특이한
사연을 갖고 있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지명에 산(山) 곡(谷) 현(峴) 천
(川) 신(新) 대(大) 송(松) 등의 한자(漢字)가 들어있는 것이 많은데, 그
중 산 곡 현 천 등은 산과 고개 및 그 사이를 굽이치는 하천 등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또 신 대 등은 인구 증가와 개간 등에 따라 새로 형성되는
마을과 관련된 것이며, 송은 어딜가나 흔한 게 소나무 였으므로 이를 반영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지명의 유래를 찾다보면 자못 흥미있는 내용들이 꽤 있다.
일례로 판문점의 유래를 봐도 그렇다. 원래 6·25 전쟁중 휴전회담이 열렸
던 곳은 널문리 가게 앞 이었는데 이를 한자로 표기하면 판문점(板門店)이
된다. 그리고 애초 지명인 널문리는 ‘옛날 어느 임금이 이곳을 지나 강을
건너려 하자 마을 주민들이 집 대문들을 뜯어내 임시로 다리를 놓아주었
다’는 데서 붙여졌다고 한다.
 요즘 한창 개발계획이 나와 관심을 모으는 분당의 판교 역시 그 유래는
다리에서 찾아진다. 판교는 원래 이 마을 앞을 흐르는 운중천에 널빤지로
다리를 놓고 다녔다 하여 ‘널다리’로 불리다가 ‘너다리’로 변했고, 이
것을 한자로 판교(板橋)라고 표기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 판교가 신도시로 개발된다고 한다. 그것도 수도권에서 가장 쾌적한 도
시로 만들어 진다고 한다. 계획안을 보면 전체 280만평 중 100만평이 택지
로 개발되고, 인구를 5만9천명으로 잡아 인구밀도가 ㏊당 64명밖에 안된
다. 여기에 녹지율을 24%로 하며 산업시설도 벤처기업과 연구소 등만을 들
여 친환경 도시로 꾸민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한국의 ‘비버리 힐스’가 되
리란 성급한 기대도 나올만 하다.
 그런데도 정작 서울시 경기도 성남시 환경단체 등이 일제히 반대의견들
을 내놓고 있는 걸 보면 어딘가 문제가 있어도 크게 있는 모양이다. 하긴
얼핏 생각해도 일대의 교통문제 및 수도권의 추가적 비대화 등부터 큰 걱정
이긴 한데, 무슨 뾰족한 묘안이라도 구상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박건영(논>
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