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공룡을 본 현대인은 없다. 미국의 귀재 영화감독 스필버그가 진짜처
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공룡의 피를 빤 호박(琥珀) 속의 모기 화석에서 공
룡의 유전자를 추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년 루이 17세가 감옥에서
죽었다는 것도 DNA 검사로 확인할 수 있었고 제정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
라이2세의 황녀 아나스타시아의 처형 여부 수수께끼를 풀 수 있었던 것도
그 일가의 유골에 의한 DNA 감정 결과였다. 캐나다에 묻혀 있던 타이태닉호
의 희생자 3명의 신원이 지난 달 밝혀진 것 역시 같은 결과였다.
 유전자 규명과 유전공학은 필요하고도 유익하다. 미국 케네디가의 비극
은 바로 '위험을 즐기는 유전자(Risk taking gene)' 때문 이라는 이스라엘
의 분자유전학자 리처드 엡스타인 박사의 견해나 클린턴의 오입이 계부의
알코올 중독, 동생의 약물 중독 등 중독 가계(家系) 탓이라는 등의 해석은
차후 아무런 의미도 없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유전자 개조와 변조로 이른
바 '행위=유전자 명령'이라는 등식을 깰 수도 있고 얼굴이나 손가락 등 겉
만 낫는 것이 아니라 암을 비롯한 유전병 등 '속까지 낫는다'는 부모의 책
임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위험성도 높고도 크다. 푸른 장미, 파란 달걀, 야광 생
쥐, 발광(發光) 원숭이까지는 좋다 치자. 하지만 '닭+메추리'의 '메닭'이
나 네 발 달린 닭만 해도 끔찍하다. 하물며 인간의 유전자를 지닌 돼지나
쥐 또는 양 폴리랴. '남남+여' 또는 '여여+남'의 유전자 야합 인간도 모
자라 인간 복제에 의한 똑같은 인간, 반인반수(半人半獸)의 괴물까지 출현
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어느 날 갑자기 독충으로 변했다는 카프카의 소설 '
변신'의 주인공이 아니라 파리와 인간의 유전자가 잘못 합쳐져 거대한 파리
인간이 돼가는 미국 영화 '더 플라이'부터 떠오른다. 한국인의 게놈 지도
가 완성됐다는 것은 낭보는 낭보다. 한데 왠지 떨떠름한 것은 신의 인간 설
계도를 그렇게 무엄하게 훔쳐 읽어도 과연 괜찮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