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러시아 사이엔 반세기 넘도록 풀지못한 골칫거리가 하나 있다. 일
본측에서 본다면 쿠릴열도와 홋카이도에 걸쳐있는 북방 4개섬 문제가 그것
이다. 2차대전 말기 옛 소련은 일본과의 전쟁에 참여하면서 미국과 영국으
로부터 남사할린과 함께 쿠릴열도를 얻는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런데 쿠
릴열도엔 일본이 자기네 고유영토라 주장하는 에토로후·구나시리·시코탄
섬이 끼어 있었다. 게다가 하보마이 군도 역시 일본 홋카이도의 일부로 돼
있었다. 그럼에도 소련은 종전 후 평화조약 체결 없이 이들 4개섬의 영유
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도 쿠릴
열도 전부를 일본의 영토가 아닌 것으로 했다.
일본으로선 맥없이 영토를 잃은 판이니 두고만 볼 수도 없었으리라. 소련
을 상대로 줄기차게 반환을 촉구해 왔지만 한번 ‘손에 넣은 떡’을 쉽게
내줄 소련이 아니었다. 동서냉전이 종결되고 소련이 러시아로 바뀐 현재까
지도 문제 해결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속내가 결코 편할
리 없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일·러갈등의 불똥이 애꿎은 한국에까지 튀는 꼴이 되
고 말았다. 지난 해 12월 한국과 러시아는 남쿠릴열도 부근 꽁치잡이 조업
에 관해 합의한 바 있다. 애초 이를 몰랐을 리 없는 일본이건만 반년이나
지난 지금와서 뒤늦게 트집을 잡고 있다. 한·러합의가 일본의 주권을 침해
한 것이므로 한국 어선이 남쿠릴열도에서 조업을 할 경우, 자기네 배타적
경제수역(EEZ)내 한국 어선의 조업허가를 유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
는 것이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떻든 지금 북방 4개섬은 러시아가 엄연히 실
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 해역에서 조업하려면 러시아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게 너무도 당연하다. 일본의 주장이 황당한 건 그 때문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보고 눈 흘긴다’더니 지금 일본이 꼭 그 모양
이다. 어업과 정치문제를 구분할 능력조차 없는 것인지, 아니면 만만한 게
한국으로 알고 억지를 쓰는지 모르지만, EEZ은 한국에도 있다는 걸 필히 알
려줘야만 할 것 같다. <박건영(논설위원)>박건영(논설위원)>
한강에 눈 흘기기
입력 2001-06-29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1-06-29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