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오줌을 갈기고 있는 아이는 왜 꼭 남자아이
여야 하는가. 남녀차별이 아닌가'하는 여성 행인의 불만을 담은 86년 10월
13일자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만화쯤은 애교다. 남녀차별의 사각지대도 아
닌 '사각(死角) 국가'는 아직도 지구상에 수두룩하다. 99년 2월8일 후세인
요르단 국왕 장례식에 갔던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힐러리여사와 국무장관
울브라이트가 입장을 거절당했다.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과 소피아 스페
인 왕비 역시 '보기 사납게' 거절당했다. 이유는 물론 '여성은 공식적인 장
례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이슬람 율법 때문이었다. 96년 쿠웨이트 여성들
이 참정권을 달라며 파업을 하자 겨우 2003년부터 허용된다고 한다. 한데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그 나라 여대생들이 여성의 참정권은 회교 율법에
위배되는 '악의 혁신'이라며 반대 진정서를 의회에 제출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은 거의 100% 남녀차별이 해소됐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니다. 여성의 직업만 해도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장
관 국방장관을 비롯해 사관생도, 조종사, 투우사, 오케스트라 지휘자, 경마
장 기수, 권투 심판, 마피아 두목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여성 사제(司
祭)는 안된다고 교황이 권위의 못을 박았는데도 영국의 성공회가 32명의 서
품을 단행한 것도 이미 94년 3월이었다. 남녀의 '성역(性域)'이 없어졌다
는 것은 간호사 미용사 조산원 파출부 등 남자의 직업으로도 증명할 수 있
다. 전업 '주부(主婦)'가 아닌 '주부(主夫)'도 많다. 프랑스가 14일간의 남
성 출산휴가까지 주는 것처럼 징병제도에도 이스라엘처럼 남녀차별을 철폐
해야 한다는 남성들의 볼멘소리 또한 높아간다.
 우리의 남녀평등지수는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굳이 '21세기 남녀평등
헌장'까지 선포하지 않아도 잘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헌장(憲章)'하면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로 불리는 영국의 대헌장부터 연상되고 헌
법, 법률, 법 조항부터 떠오르기 때문이다.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