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식탁은 온갖 수입 농산물과 식품들로 가득차 있다. 그러다 보
니 다이옥신 환경호르몬 등 각종 식품안정성 문제들로 국민 불안과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갖가지 유해성 여부로 논란을 빚고 있
는 유전자변형(GM) 농작물까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계속 먹지 않을 수 없
는 형편에 직면해 있다.
GM 농작물의 전세계 재배면적은 자그마치 4천300만㏊(2000년 현재)에 달
한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의하면 GM 농작물 재배가 너무 급속도로 확산, 이
제는 세계 어느 나라 국민이든 GM 농작물을 도저히 피할 길이 없어지고 있
다 한다. 전세계 콩 및 옥수수 수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브라질 아
르헨티나가 싼 가격에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GM 농작물을 대거 생
산, 소비자들이 이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형편 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몇달 전엔 미국에서 가축사료로만 쓰이는 GM 옥
수수 ‘스타링크’를 우리 나라에 식용으로 수출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준 일이 있었다. 그때 우리 국민들은 미국의 파렴치성에 치를 떨었었다. 그
도 그럴 것이 스타링크는 성분 단백질인 Cry9C가 소화장애와 알레르기를 유
발할 가능성이 있어 식용으로 승인받지 못하고, 이미 지난 98년 5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사료와 공업용으로만 인정 받았던 작물이다. 더구
나 재배사인 아벤티스사 마저 지난 해 10월 12일 스타링크 종자에 대한 승
인을 자진 취하하고 종자시장에서 완전히 철수시키기 까지 했었다. 그런
걸 식용으로 수출했으니 우리 국민들이 격노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처럼 미국만 탓할 처지도 못되는 모양이다. 누가 시키기
도 전에 우리네 식품업체들이 자진해서 스타링크를 수입, 식용으로 유통시
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통관이 보류되자 제지 접착제 등 공업용으
로 용도를 변경, “식용으로 쓰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해놓은 상태에서
다. 이쯤되고 보면 몇달 전 미국에 분노했던 일이 차라리 민망할 따름이
다. ‘그것 보라’는 듯한 미국의 비아냥 거림이나 없으면 다행이겠다. <
박건영(논설위원)>
민망한 일
입력 2001-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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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0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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