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배추 등에 온갖 양념을 섞은 발효식품으로 다양하고 깊은 맛을 지닌
우리의 대표적 전통식품 김치.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하루도 빠질 수 없는
이 김치는 항암효과, 성인병 예방, 노화방지 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건강식품 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우리 뿐 아
니라 일본 미국 중국 유럽지역 등 전 세계에서 각광받는 음식이 되기도 했
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김치를 먹게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
만 고려시대 순무를 재료로 한 무장아찌 등이 문헌에 등장, 적어도 700년
은 넘을 것으로 추산될 뿐이다. 고려 때 이규보(1168~1241년)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에 “순무를 장에 넣으면 여름철에 먹기 좋고, 청염에 절
이면 겨울 내내 먹을 수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는 것이다. 오늘 날의 장아
찌류와 동치미류로 추정된다 하겠다.
 이같은 장아찌 동치미류가 점차 발전되어 조선시대에 와서는 마늘 생강
등 양념류가 많이 들어가게 되고, 재료도 무와 배추 뿐 아니라 오이 가지
생선 등 다양하게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종전과 달리 소금에 절이는 방법
외에도 발효식 방법이 사용되어 김치 고유의 신맛을 지니게 된 것도 그 즈
음부터다. 특히 조선중기(16~17세기) 이후엔 고추가 유입되면서 김치에 일
대 혁명기를 맞게돼 총각김치 오이소박이 가지김치 등 오늘 날과 같은 갖가
지 김치종류가 개발된다. 또 이때부터 김치의 맛이 국제적 인정을 받기 시
작, 중국에 김치 담그는 기술이 수출되기도 했다 한다.
 그런 역사와 전통을 지녔음에도 불구, 김치는 이를 흉내낸 일본의 기무치
와 수년간 어려운 힘겨루기를 해와야만 했었다. 다행히 얼마 전 국제식품규
격위원회(Codex) 총회에서 간신히 기무치를 누르고 국제규격으로 승인받았
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우리가 김치 종주국 지위를 맥없이 잃을뻔 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것이란 생각에 마냥 뒷짐지고 있다가 혼쭐이 난 셈이
라 하겠다. 이제 남은 전통식품들, 된장 고추장 수정과 불고기 등에선 제2
제3의 기무치 따위에 발목잡히는 일이 다시 없어야 겠는데. <박건영(논설>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