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정치사상은 인(仁)에 바탕을 둔 덕치주의이다. 반면 한비자(韓非
子)는 철저한 법치주의자다. 때문에 유교에서는 인간의 신분질서는 고정돼
있고 질서의 기초가 되는 것은 도덕이다. 이에 비해 한비자의 인간관은 천
자, 제후, 인민을 구별하지 않는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 따라서 이를 실
현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법치국가 실현 밖에 없다는 것이 한비자의 사상이
다. 한비자를 논한 일화들을 보면 너무나 각박할 정도다.
'한나라의 소후(昭候)가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대기하고 있던 모자 담
당자(冠役)가 옷을 군주의 몸에 덮어줬다. 잠에서 깬 소후는 누가 덮어 줬
는지를 물었다. 신하가 관역이라고 답하자 군주는 모자 담당자와 의복담당
자 모두를 처벌했다. 의복담당자는 업무 태만죄, 모자 담당자는 타인의 직
무를 범한 월권죄 였다'. 소후도 잠을 자다 몸에 냉기가 드는 걸 좋아했을
리는 없지만 법의 위령을 세워 질서를 잡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
다. 심지어는 이런 일화도 있다. 진(秦)나라 소(昭)왕은 몸이 아팠을 때 소
를 사서 자신에게 제물로 바친 인민에게 오히려 갑옷 2벌을 공출하라는 벌
을 내렸다. 이유는 제물을 받은 왕이 나중에 인민들의 요구대로 법을 완화
하면 나라가 어지러워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법령을 이만큼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한비자 사상의 대목들이다.
최근 한나라당의 李會昌총재가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법의 이
름을 빌려 법으로 포장했기 때문에 다 법이라고 하는 것은 법의 독재'라고
비난하자 야당은 '질서를 위반한 사람을 발견했는데도 단속하지 말라는 얘
기냐'고 반박, 법리공방을 벌였다. 여야간 논쟁이야 어찌됐든 한때 모든 일
은 '법 대로'하자고 주장해서 유행어까지 만든 법조인 출신이 법의 집행을
'법의 독재'라고 규정하는 것은 어쩐지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 공정
한 법 집행을 요구하는 것이 훨씬 타당한 것 아닌가 싶다.
오늘은 제헌절이다. 헌법에 명시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법치주의이고
법치주의는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거해서 행정을 행하는 것이 기본이라
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성정홍(논설위원)>성정홍(논설위원)>
'법의 독재'
입력 2001-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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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1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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