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가 이르되 “우리가 우리 동생을 죽이고 그의 피를 은익한들 무엇
이 유익할까. 자 그를 이스마엘 사람에게 팔고 우리 손을 그에게 대지 말
자. 그는 우리 동생이요 우리 골육이니라” 하매 형제들이 청종하였더라.
때에 미디안 사람 상고들이 지나는지라 그들이 요셉을 구덩이에서 끌어올리
고 은 이십개에 그를 이스마엘 사람들에게 팔매 그 상고들이 요셉을 데리
고 애굽으로 갔더라’ 〈구약성서 창세기 37장 26~28절〉.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인신매매 기록이다. 야곱의 아들들이 막내동생 요셉을 시쳇말로 왕
따시켜 돈을 받고 팔아버렸다는 내용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고 파는 일은 그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는 최악의 인권
유린이다. 그런데도 이같은 죄악이 고대는 물론, 현대에 와서도 수시로 자
행되고 있다. 특히 오늘날 여성의 인신매매는 성의 상품화 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지구촌 은밀한 곳곳에서 좀처럼 그치질 않는다.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주로 미국에 인신매매되고 있을 뿐 아니라, 중
국 등 다른 나라 여성들도 한국을 통해 다른 국가들로 팔려가고 있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 한 대목이다. 그들은 한국을 최하
위 3등급, 즉 인신매매 주요 거래국이며 이를 퇴치하기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는 나라로 분류했다. 한마디로 인신매매 소굴이란 지적에 다름 아니다.
 우리 정부가 항의했듯 그들 기준이 좀 의심스럽긴 하다. 마약거래국으로
악명높은 콜롬비아도 1등급이고, 섹스 관광지 태국 등도 2등급인 형편이
다. 그래서 더 부아가 치민다. 혹여 그 배경에 어떤 악의가 숨겨진 건 아닐
까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연 우리에겐 자성할 부분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대답은 노(NO)일 수 밖에 없
다. 국내 및 주변국 여성들이 한국을 거쳐 해외로 팔려간다는 소식이 결코
낯설지만은 않다. 부녀자를 납치·감금해 노예매춘을 강요하는 인간 사냥꾼
들 만행 역시 심심찮게 보도되는 실정이다. 이를 다소 과장되게 꼬집은 미
국이 밉살스럽긴해도 민망하고 부끄러운 건 그 때문이다. <박건영(논설위>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