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다. 해외 피서지행 항공기 좌석과 국내 피
서지 숙박업소의 방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주위를 살펴
보면 집에서 조용히 지내겠다는 사람이 그 어느때 보다 훨씬 많은 분위기
다. 휴가를 그리스어로는 소코레라고 한다. 고전적 참뜻은 '보람있는 생
활'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휴가는 보람있는 생활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일반인들에게 특별히 휴가라는 제도가 없었다. 다
만 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 휴일을 지정하는 일은 많았던 것 같다. 기원
전 1세기말 로마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즉위했을 때 로마의 역(曆)에
는 76일의 축제일을 정해 휴일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후 점차 늘어서
로마가 멸망한 5세기 말에는 175일이나 됐다. 거의 1년중 반을 먹고 마시
고 놀아서 로마가 망했다는 해석도 제기 됐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에서의 휴가는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근로자들에게
피로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 제공이라는 새로운 생활양
식을 가져다 주었다. 이러한 의미의 바캉스는 프랑스가 원조다. 1936년 사
회당 정권당시 근로자의 유급휴가 법안이 발효되면서 바캉스는 휴가를 뜻하
는 대표적 단어가 됐다. 당시 2주였던 바캉스는 지금 연중 5주로 늘어나
이 기간중 파리지앤느들은 도시를 텅비우고 피서길에 올라 파리에는 관광객
들만 남는다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 들어서야 휴가제도가 정착됐다. 휴가는 먹고 마시
고 노는 그런 것이 아니고 피로에 쌓인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일정기간 생
활의 쉼표를 찍는 것이다. 일의 책임감 때문에 매일 밤늦게 까지 사무실이
나 공장에서 자리를 뜨지 못하는 사람, '이 일만 끝내고 쉬자'며 계속 휴식
을 미루는 일 중독자들. 이들은 과로의 자각증세도 못느끼고 있다가 큰 변
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전문의들의 지적도 있다. 바캉스의 어원은 '비운
다'는 뜻이다. 정치권도 바캉스 기간만이라도 서로 트집을 잡아 정쟁을 일
삼는 그런 짜증나는 모습을 보이지 말았으면 좋으련만…. <성정홍(논설위>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