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오진(誤診)으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
다. 최근 소비자 연구원이 밝힌 의료 피해 구제 건수중에 진단 잘못으로 인
한 것이 99년 8.9%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8.9%, 올들어서는 23.7%나 됐다
는 것이다. 진단은 환자치료의 첫걸음이다. 진단이 정확해야 성공적인 치료
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의사의 진단이 질환의 객관적인 실체와 합치되지
않는 경우를 오진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진, 문진, 타진, 촉진으로 시작해
서 각종 첨단 장비를 동원해서 병상의 성상을 판단한다 해도 인체의 불가
예측성으로 인해 오진이 발생하는 일이 있다. 이 때문에 아무리 의술과 의
료기기가 발달한다해도 오진을 100% 방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러나 오진으로 피해를 당한 환자의 가족들은 “의사가 진단도 제대로 못하
느냐”며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2년전 서울대 병원의 오진율이 16%라고 발표됐으나 전국적인 통계는 정확
히 알수 없다. 미국의 의학저널 '제스트'지의 올해 2월호를 보면 미 오하이
오주 클리블랜드 클리닉 파운데이션의 연구진이 지난 2년동안 사망한 중환
자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명중 1명이 오진 이었다고 한다. 환자
가 숨진 다음에야 질환의 정확한 원인을 알게 된 것이다.
 일본의 의학자인 시바타 지로는 지난 93년 '의사의 오만, 이제는 버릴때
다'라는 글을 한 잡지에 기고 해서 관심을 모은적이 있다. 그는 이 글에서
의학자로서 최초 20년은 생명은 끝내 과학적으로 해명할수 없다는 것을 알
았고 그 다음 20년이상은 인간이 정체를 알수 없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
게 된 기간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고백은 똑같은 질환이라
해도 그 정도에 따라 치료한후 건강을 회복하리라 생각했던 환자는 오래 살
지 못하고 반대로 곧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 여겼던 사람은 건강을 되찾는
많은 사례를 보면서 의사로서 자괴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의사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환자의 적극적인 협조, 첨단 의
료기술과 장비등 삼위일체가 됐을 때 오진율은 낮아질수 있다는 것이 의료
계의 견해다. <성정홍(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