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선 아이를 낳으면 국가에서 돈(출산 및 육아수당)을 준다.”
30~40년 전만해도 우리로선 꿈도 못꿀 꽤나 부러운 이야기였다. 하긴 그때
우리 나라에선 출산 및 육아수당을 주기는 커녕 되레 정관·난관수술을 하
면 정부에서 수술비를 지원하던 시절이었다. 지지리도 가난하던 때라 아이
를 많이 낳으면 그만큼 먹여살릴 길이 막막했던 것이다.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잖다’. 60~70년대 어딜가나 흔히 보이던 산아제한 구호다. 가족계획요
원들이 집집마다 찾아가 피임약 등을 주어가며 홍보도 했다. 그래도 대다
수 국민들은 들은 체도 안했다. 한 가정에 5~6남매 이상 자녀를 예사로 두
었지만, 피임이나 임신중절 등은 엄두도 못냈다. 하늘이 점지해주는 자식
을 피하는 건 조상님에 대한 불경일 뿐 아니라, 아무리 가난해도 ‘자기 먹
을 것은 갖고 태어난다’는 일종의 주술적 믿음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게
다가 훗날 노동력을 불린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그토록 완고하던 국민들도 점차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가 싶더니, 이제는 아예 한 자식마저 기피하려는 젊
은 부부들이 많아졌다. 특히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육아문제가
큰 장벽으로 작용, 출산율이 줄어들었고 결혼연령이 높아진 것 또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절로 산아제한이 이뤄지는 셈이
다.
 그런데 역시 ‘넘치는 건 부족함만 못한 것’일까. 지금은 오히려 출산
율 급감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1970년 4.53명이던 출산율이 83년
2.1명으로 줄었고, 99년엔 1.42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결국 수
년 뒤엔 노동력 부족이 불가피해 졌다 한다. 상대적으로 고령인구가 늘면
서 생산성을 떨어뜨려 국내총생산에도 악영향을 끼치리라 한다.
 이쯤되면 가족계획을 다시 세워 다산 권장사회를 만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노동력을 불린다던 옛 어른들 말씀이 결국은 옳았던 것 같기도 하
고. 그땐 무척이나 어리석어 보였는데…. <박건영(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