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74년)의 여성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의 페론(Peron)여사였다. 그
녀는 남편 후안 페론장군의 후광(後光)으로 73년 부통령이 됐다가 이듬해
남편 사망으로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권불십년(權不十年)은커녕 2년만에
쿠데타로 피체(被逮), 스페인으로 망명하는 비운을 겪었다. 다음은 교사 출
신인 바버라(Barbara)여사가 국회의원과 장관을 거쳐 82년 몰타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잘 알려진 대로 필리핀의 아키노여사가 피살된 남편 아키노
의 배광(背光)으로 권좌에 오른 것은 87년이었다. 이어 90년은 '여성 대통
령의 해'였다. 불과 25세의 상원의원에다가 변호사 출신인 로빈슨여사가 아
일랜드 대통령이 된 것도 그해였고 '중미의 아키노' '민주주의의 부인(夫
人)'으로 불린 차모로여사가 남편 차모로의 후광으로 니카라과 대통령으
로, 인권판사 출신 트루이요여사가 아이티 대통령으로 취임한 것도 그해였
다.
 파나마의 모스코소여사 역시 세 번이나 대통령이 된 남편 아리아스의 영
향으로 99년 대권을 잡았고 라트비아의 프라이베르여사도 같은 해 대통령
이 됐다. 결혼은 하지 않고 동거만 해 화제를 낳고 있는 할로넨여사가 핀란
드 대통령이 된 것은 작년 3월이었다. 더욱 세계인의 주목을 끈 것은 여자
대통령끼리의 대권 릴레이다. 바로 그 아일랜드의 로빈슨이 97년 10월 가수
와 간호사 출신인 매컬리스여사에게 권좌를 물려준 일이다.
 마카파갈 필리핀 전 대통령의 딸 아로요여사가 아키노에 이어 지난 2월
필리핀의 두 번째 여성 대통령이 된데 이어 이번엔 인도네시아의 국부(國
父) 수카르노의 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여사가 국가 원수가 됐다. '수
카르노푸트리'라는 이름 자체가 '수카르노의 딸'이라는 뜻이듯이 아버지 음
덕이 크다. '차모로'가 '참으로 참으로'로 들리고 '아로요'가 '알어요(알아
요) 알어요'로 들린다면 메가와티는 mega+watt로 들린다. 100만W(와트)다.
과연 그녀가 '수카르노푸트리'가 아닌 100만W의 파워로 험난한 인도네시아
호(號)를 잘 이끌어갈 것인지 궁금하다.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