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간 큰 남자는 부인에게 밥상 차려오라는 남자다. 외출하는 부인
에게 “어디 가느냐”고 묻는 남자는 30대의 간 큰 남자다. 40대는 외출하
는 부인을 쳐다보는 남자고, 50대는 “몇시에 들어올 것이냐”고 묻는 남자
다. 또 “따라가도 되느냐”고 묻는 60대는 차라리 간이 배밖에 나온 남자
다.’ 근년들어 세간에 회자되는 ‘간 큰 남자’시리즈다. 이밖에도 요즘
한참 권위가 추락돼가는 남성의 초라한 모습을 빗댄 말로 ‘고개숙인 남
자’ ‘퇴직 뒤 쫓겨나는 남자’ 등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도 ‘남녀 평등’은 차치하고라도 되레 ‘여성 우
위’시대가 도래한듯 싶다. 그런데도 얼마 전 여성부가 ‘남녀평등헌장’
을 제정, 선포했다. 어찌된 셈일까. 위에 든 시리즈가 몽땅 거짓이란 뜻일
까. 아니면 반대로 불쌍해진 남성들에게도 권위 좀 세워주자는 걸까. 도대
체가 감이 잡히질 않는다.
 하지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국제노동기구가 지난 3월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한국여성의 지위가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를 금세 알 수 있
다. 한국은 지난 5년여에 걸쳐 국회의원 고위관직 기업고위간부 등 3개 분
야에 대한 여성 점유율이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돼 있다. 지난 해 유엔개발
계획이 발표한 ‘인간개발지수 2000’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정치·경제적
참여와 의사결정 등 핵심분야에서의 성평등 관계를 계량화한 GEM이 조사대
상 70개국중 63위에 머물고 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제 상황은 더욱 심
각하다. 여성근로자 임금은 남성임금의 고작 62%에 불과하다. 남아선호사상
도 여전히 강세여서 숱한 임산부들이 태아 성감별을 하려든다. 가정에서의
발언권이 세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적잖은 여성이 남편에게 맞고 산다(여성
30%가 가정폭력 경험)는 여성단체의 통계도 나와 있다.
 그렇다면 ‘간 큰 남자’ 시리즈 등은 과연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혹여
서서히 남성권위에 도전하려는 여성들을 싹부터 자르려는 얄팍한 연막전술
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미리부터 역차별을 두려워하는 위기의식의 발로일
것 같기도 하고. <박건영(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