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킨 실타래를 푸는 일 만큼 감질나고 짜증스런 일도 꽤 드물성 싶다. 금
세 풀릴듯 풀릴듯 하면서도 좀처럼 쉽게 풀리질 않는가 하면, 하도 복잡하
게 얽히다 보니 도대체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
다. 또 급한김에 너무 서둘다 보면 되레 더 어렵게 얽히는 경우도 적지않
다. 그렇다고 이곳 저곳 싹둑 싹둑 잘라내버릴 수도 없고…. 한국과 프랑스
가 수년간을 질질 끌어오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 문제도 꼭 이 꼴이다. 금
방 쉽게 풀릴듯 싶으면서도 좀체 해결이 안되고, 해가 갈수록 되레 더 복잡
하게 얽혀드는 느낌마저 준다. 어쩌면 아예 처음부터 손댈 곳조차 없어 보
이기도 한다.
지난 1993년 고속전철(TGV) 한국 수출이 급선무였던 당시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 약탈 도서중 1책을 들고왔을 때만 해도 도서 모두가 당장 반환되
는 줄로만 알았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측 환심을 사기 위한
고도의 쇼(SHOW)였음이 금세 드러났다. 임대형식으로 반환은 하되 그에 상
응하는 우리 문화재를 대신 내줘야 하는 ‘등가교환’조건을 슬그머니 내걸
었던 것이다. 어느 국회의원 말처럼 ‘유괴된 아이를 찾아오기 위해 또 다
른 내 아이를 내주는 꼴’에 다름 아니었다.
반환협상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수년을 질질 끌면서 몇차례 협상을 벌였
지만 한치의 진전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전 4차협상에서 마침내 몇가
지 합의를 보았다 한다. 우선 프랑스에 있는 297권의 도서에 대한 실사에
착수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지금껏 프랑스측이 한국학자들의 외규장각 도서
열람 조차 반대해왔음을 볼 때 조금은 진전됐다고 평가할 법도 하다. 그러
나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그동안 양국 협상대표들 사이에 구두로만 오갔
던 ‘유일본 우선 원칙’에 따른 상호대여, 다시 말해 문화재 맞교환에 문
서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결국 업어치나 메치나 같은 꼴이 되고만 셈이다.
그러자고 지금껏 질질 끌어왔던 것인지. 그나 저나 이리 저리 빼앗기고 잃
어버린 문화재가 하도 많은 터에 이제 또 잃어버릴 문화재가 얼마나 더 남
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엉킨 실타래
입력 2001-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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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0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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