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모기는 남자를, 수 모기는 여자를 물면 공평할 텐데 왜 남녀 모두 암 모
기한테만 물리는 것일까. 산 속을 걷기만 해도 목덜미며 어깻죽지 등 유독
잘 물리는 사람이 있다. ‘섹시한 사람일수록 잘 물린다'고 97년 7월 독일
여성지 ‘그대를 위하여'에서 주장한 사람은 핀란드의 파보 타카넨 교수였
다. 미국의 곤충학자 제리 버틀러는 비타민B가 많은 달콤한 피를 좋아한다
고 ‘지오'지 2000년 2월호에서 밝혔다. 그는 또 지난 6월 CNN 인터뷰에서
‘모기는 임신부 또는 피와 땀에 유산과 요산 성분이 많은 사람, 영양 과
잉 상태, 화장품과 향수 냄새를 좋아하고 심장 약, 고혈압 약을 먹는 사람
도 즐긴다'고 말했다. 그의 ‘향수 설'엔 프랑스의 화학자 장 라슈네도 동
의한다.
모기의 흡혈 기술은 신기(神技) 그대로다. 가는 뒷다리의 초음파 센서로
인간의 말초 미세 혈관을 귀신처럼 찾아내는 기술부터 그렇다. 그 연약한
힘으로 살갗을 뚫어 깊숙이 바늘을 꽂는 것은 마치 콘크리트 바닥에 쇠파이
프를 박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피를 빠는 동안 펌프가 막히지 않도
록 용혈제 타액(唾液)까지 발라 넣는다. 그런 모기란 하나의 첨단 탐사 마
이크로 머신이자 정밀 화학공장 그대로다. 바로 그 모기를 이용, 예방주사
를 놓도록 한 것은 영국의 밥 신든 교수 등이다. 즉 말라리아 모기를 유전
변이시켜 말라리아 항체를 갖게 한 뒤 사람을 물게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
다. 소아과 간호사의 쩔쩔매는 혈관 찾기에도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제 장마와의 전쟁도 끝나고 모기와의 전쟁이 절정이다. 특히 전방 부대
의 주적(主敵)은 모기라고 할만큼 군화와 철모까지 뚫을 정도로 지독하다
고 한다. 그렇다고 견문발검(見蚊拔劍)이나 총을 쏠 수도 없다. 프랑스 FM
방송의 ‘초음파 음향 퇴치법' 또는 캐나다 몬트리올방송의 ‘수 모기 날
개 소리 퇴치법'을 쓸 수도 없는 일이다. 95년 러시아가 개발한 ‘모기 박
멸 세균 무기'의 원용(援用)은 어떨까. 모기 없는 천국 뉴질랜드가 그리울
뿐인가.
모기와의 전쟁
입력 2001-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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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0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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