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발가벗은 스페인군 포로가 악마의 신상 앞에 끌려나와 기묘한 춤
을 추고 있었다. 아즈텍 사람들도 얼큰하게 취해 마치 꿈속을 헤매듯 몽롱
하게 춤을 추었다. 춤이 끝나자 그들은 돌로 만든 희생대에 포로를 눕히고
돌칼을 가슴에 내리쳤다’. 1519년 11월 페르난드 코르테스 휘하의 스페인
군이 지금의 멕시코 일대에 번영했던 아즈텍 왕국을 정복할 때의 한 장면이
다. 당시 상황이 한 종군 성직자에 의해 상세히 기록돼 있다 한다.
이 기록엔 포로들이 자못 행복한듯 갑자기 죽는 모습에 놀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그들이 행복해 보였던 것은 악마의 식물 ‘테오나나카트
루’와 ‘페요테’를 복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의 마약 환각제류를
일컫는 말이리라. 이를 볼 때 수백년간 고유의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발전
시켜왔던 아즈텍이 불과 300여명 군사에게 맥없이 무릎을 꿇은 것은 아마
도 병사나 국민들이 너도 나도 이 악마의 식물로 환각상태에 빠졌던 것이
중요한 원인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약의 폐해를 들자면 19세기 중국과 영국의 아편전쟁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중국의 아편중독자 수는 적어도 200만이 넘었다. 심지어 관료와 병사
들까지 아편흡입을 다반사로 했다. 영국으로 부터 물밀듯 쏟아져 들어온 아
편 덕분이었다. 보다못한 중국정부가 이를 제지하려 하자 영국은 1840년 전
쟁도발로 이에 맞섰다. 그러나 아편에 찌들어 무력해질대로 무력해진 중국
군은 대패를 당했고, 영국에 홍콩 할양 등 13개항의 불평등 조약을 맺는 수
모를 겪어야 했다.
최근 우리 나라도 마약 중독자가 급증, 최소한 20만~30만명 정도로 추산된
다. 이를 반영하듯 불과 며칠 전에도 신촌 이태원 등의 테크노클럽에서 엑
스터시 해쉬쉬 등 초강력 신종마약을 복용한 채 환각파티를 벌여온 해외유
학생 대학생 회사원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거의가 우리의 미래
를 걸머질 10대와 20대였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그렇게 몰고 가는 것일
까. 비록 까마득한 옛일이라지만, 아즈텍의 종말이나 아편전쟁의 비극이 좀
처럼 남의 일 같지를 않다.
환각파티
입력 2001-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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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0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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