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광활한 시베리아의 벌판과 구릉 고원지대 등을 차
례로 관통한 뒤,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인 우랄산맥을 넘어 모스크바까지 이
어지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항공수단이 발달하기 전까진 러시아의 동과 서
를 하나로 묶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자 핵심 물류수단이기도 했던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 시발역에서 종착역까지 가려면 꼬박 6박7일간 열차안에서 먹
고 자면서 장장 9천300㎞를 내쳐 달려가야 한다.
이 철도는 1891년 제정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3세에 의해 여러 구간에서
동시에 건설공사가 시작됐었다. 서쪽에선 모스크바로부터 동쪽에선 블라디
보스토크로부터, 중부 시베리아 철도, 트랜스~바이칼 철도 등을 건설, 서
로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던 것이다. 그리고 이 철도의 완공은 시베리
아 역사의 일대 전환점으로 광대한 땅에 대한 개발, 이주, 정착과 산업화
의 개막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지난달 9일로 건설 100주년을 맞은 이 철도를 이용, 북한의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비행기로 가면 10시간이면 충분한데도 굳
이 열차를 타고, 그것도 평상시보다 더 오랜 8박9일 동안을 느긋하게 달려
서 갈 때 항간에선 갖가지 설들이 분분했다. 김위원장에게 고소공포증이 있
다느니 전용 비행기가 없어서라느니 하면서. 여기에 신변안전설까지 그럴듯
하게 덧붙여지기도 했다.
그야 어찌됐든 김위원장은 모스크바로 갔고 거기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
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8개항의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그리고 그 공동선
언 속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남북한 종단철도 연결’ 내용도 들어있다.
이쯤 되고보면 김위원장이 굳이 열차여행을 고집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최근 남북한 사이가 왠지 소원해지면서 그토록 장담하던 경의선 복원 등
도 물건너 가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
아 다소 마음이 놓이기는 한다. 한편으론 지난해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약속했다던 주한미군 주둔 용인 입장을 이번에 번복한 걸 보면, 도무지 그
들의 참 의도를 짐작조차 할 수 없어 답답하기도 하고…. <박건영(논설위>
원)>박건영(논설위>
시베리아 철도
입력 2001-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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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0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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