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구워 타버린 게 흑인, 덜 구운 게 백인, 알맞게 구운 작품이 황
인'이라는 속설처럼 인간은 진흙으로 빚어졌다. Adam의 뜻이 '흙'이듯이 최
초의 인간부터가 그렇다. 라틴어의 인간 '호모(Homo)'도 흙을 뜻하는 Homus
에서 왔다. 중세 라틴 신화도 인간의 몸은 흙이라고 했고 중국의 천지 창
조 신화도 여신 여와(여왜)가 흙을 빚어 사람을 만들었다고 했다. 인디언만
이 '토인(土人)'은 아니고 '토착인(土着人)'만이 토착인도 아니다. '인간=
흙'이다. '흙-'로 흙에서 왔다가 '흙+'로 돌아가는 인간 자체가 신이 빚
은 진흙 작품인 도기(陶器)다. '陶'는 진흙을 구워 만든 '질그릇 도'자다.
인격 도야의 그 '도'자다. 도자기를 굽는다는 것은 신의 진흙 작품인 인간
이 인간의 진흙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데 도자기(陶瓷器)와 자기(磁器)를 혼동하기 쉽다. 도자기엔 질그릇과
오지그릇, 사기(砂器)가 있다. 진흙을 구워 잿물을 입히지 않은 것, 테석테
석하고 윤기가 없는 게 질그릇(陶), 즉 오줌장군 등 옹기다. 오지그릇(瓷)
은 진흙을 구워 잿물을 입힌 단단한 것, 즉 꿀단지나 물동이, 뚝배기 등이
다. 사기는 신분 차원이 다르다. 진흙, 장석(질돌), 규석, 백토를 구워 유
리처럼 매끈하고 단단한 밥 사발, 찻잔 등이다. 그 사기에다 채색과 채화
의 예술을 입혀 분장, 고이 대(臺)에 올려놓은 게 즉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 자기(磁器)다.
'자기'하면 중국이다. China의 C가 대문자면 중국을, 소문자면 자기를 가
리키듯 그들은 5천년 전부터 자기를 만들었다. 중국인에게 한오채(漢五彩)
당삼채(唐三彩) 송삼채(宋三彩) 명삼채(明三彩) 등 한 두점이 없으면 체면
은 구겨진다. 특히 당삼채다. 사쓰마야키(薩摩燒)나 아리타야키(有田燒)
등 조선이 뿌리인 일본의 도자기나 독일의 마이센, 프랑스의 하빌랜드도 중
국이 원류다. 이번 도자기 엑스포가 우리 도자기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
가 되었으면 싶다. 고려청자의 그 회회청(回回靑)의 신비를 어느 나라가 감
히 감지할 수 있으랴. <오동환(논설위원)>오동환(논설위원)>
回回靑
입력 2001-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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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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